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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Dec 09. 2024

44kg, 나는 왜 여전히 폭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한 번쯤 말라보고 싶었던 

꿈의 체중 44kg. 

(내 키는 150이라 44kg여도 

아주 마른 체중도 아니지만, 

그냥 정상 체중보다는 

조금 더 빼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다.) 


88kg였던 내가 

무려 절반의 무게를 덜어낸 건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와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뺀 거야? 방법 좀 알려줘" 


그럴 때마다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운동했어요^^"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운동만으로 그렇게 뺐을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체중계 속 숫자는 줄었지만, 

내가 음식을 대하는 방법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폭식은 체중감량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체중 감량을 더는 할 게 없을 만큼 해도, 

임신 때 에도 5kg만 증량하고 

두어 달 만에 금세 체중을 회복시켰지만 

폭식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녔다. 


특히 육아라는 '고통'의 시간이 찾아오니 

폭식은 더 자주 나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육아에 지쳐 아이가 잠든 밤이면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견과류, 방울토마토로 시작한 손길은 

어느새 새우깡 한 봉지를 뜯고, 

남은 반찬들이 없는지 헤집고 있었다. 


종일 육아에 지친 거라면 

수면이 부족했다거나 제대로 된 식사가 부족했다는 건데, 

나는 여전히 먹는 것에만 집착하고 있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건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려는 식사가 아니라는 걸.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무언가를 입에 채우려는 강박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후 모든 나의 행동은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내가 이래도 되나?' 

'여전히 음식을 못 참는구나' 


몸무게는 줄었어도

나는 여전히 음식 앞에서 내 감정을 숨기기에 바빴다. 





숫자 너머에 있던 것 


나는 내내 체중계 숫자에만 집중했다.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먹어야 하고,

그걸 오버했을 때 다음 날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하는지 계산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썼다.


몸무게를 줄이고 건강한 식단으로 입맛을 바꿔도 

내 마음의 결핍, 감정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는 

늘 음식 앞에서 무너져야만 했다. 


음식은 내 몸에 좋은 영양소를 넣어주는 시간이라는 걸 모르고 지낸 시간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을 찾았고, 

공허함, 우울함이 몰려올 때 냉장고를 열었다. 

행복하든 슬프든 힘들든 

음식을 통해 내 감정을 표현하려는 사람 같았다. 


체중을 유지했어도 

종종 찾아오는 폭식과 마주해야 하는 나는 

여전히 다이어트 실패자 같았다. 



매일 아침, 체중을 재지 않기로 했다. 


매일 아침 재던 체중을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체중계 숫자가 아닌 내 몸과 마음의 신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왜 음식을 찾고 있지?"

"내가 그때 느낌 감정은 뭐였지?" 

"그 감정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거지?"

그 질문에 답하며, 

나는 비로소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음식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폭식은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니까

그 자리를 음식으로 채우려 했던 거다.

그게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익숙한 방식이었으니까. 


나를 이해한다는 건 어떤 건지... 어려웠다. 

하지만 시작해 보니 알겠더라. 

내 몸과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내 마음, 감정, 

내 신체의 작은 변화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점차 들쑥날쑥했던 식욕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갔다. 

내 마음을 내가 정성스레 바라봐주니까 

감정의 결핍이 찾아오는 순간에도 나는 음식을 찾지 않았다. 




진짜 바꿔야 했던 건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봐 주는 거였다. 


혹시 지금 당신도 체중계 위에서만 답을 찾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물어보기를 바란다. 


"내가 지금 진짜 원하는 건 뭐야?" 

"왜 내 마음은 허기지고 공허한 걸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져봐 주는 게

당신이 그간 해온 방식이 아닌 새롭고 건강한 다이어트로 이끌어 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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