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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Dec 05. 2024

88kg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그때 나는 왜 그렇게 나를 몰아붙였을까.


꽃다운 나이 이십대, 

내 손으로 용돈을 벌겠다는 희망을 품고 갔던 아르바이트 오리엔테이션 현장에서 나는 그런 말을 들었다.


“뚱뚱해서 우리 브랜드 이미지랑 맞지 않으니까 나가주세요.”


내 잘못이 아님에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도망치듯 뛰쳐나오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손엔 치킨과 김밥이 들려 있었다.



하루 종일 창피함과 분노로 가득 찬 그 감정을 결국 음식에 기대어 숨겨버렸다.

돌아보면 그건 내가 나 자신에게 휘두른 폭력이었다.



배가 터질 것 같은 위장에 음식을 꾸역꾸역 더 넣으며,
다시 주말이 되면 냉장고 앞을 떠나지 못하고 문을 열곤 했다.
그리고 먹고 나서는 스스로를 끝없이 비난했다.


“왜 또 먹었어? 왜 이렇게 참을 수가 없어?”


그 많은 질문들 속에서, 정작 중요한 건 물어보지 않았다.


“왜 내 기분이 이런 걸까?”
“왜 자꾸 음식을 찾는 걸까?”
“지금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나는 그저 내가 의지가 약하다고만 생각했다.
음식에 집착하는 이유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모두 내 부족함 때문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렇게 폭식과 다이어트 실패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제는 알아.

그때의 나는 폭식을 멈출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니야.
내 몸과 마음, 감정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거야.
아니, 그게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거지.


88kg에서 44kg을 덜어내고, 책을 쓰고, 

4년간 많은 사람들을 코칭해 온 지금도 가끔은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살을 뺐어요?”
“대단한 의지가 있었던 거죠?”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아.
특별한 비법도, 대단한 결단력도 없었어.


다만 예전처럼 나를 음식으로 몰아붙이며 폭력을 휘두르는 일을 조금씩 줄여갔던 것뿐이야.

내가 한 일은 단순했어.



음식을 참으려 애쓰기보다, 나를 기록하기 시작했거든.
내 감정, 내 몸의 반응, 음식을 찾게 만드는 기분의 흐름.

그리고 음식에 집착하던 마음을 잠시 환기시키는 작은 행동들까지.



그 기록들은 내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창이 되어주었어.
내가 왜 그런 기분이었는지, 

왜 음식을 찾았는지를 알게 됐을 때
폭식과 감정 식사는 서서히 나를 떠나기 시작했지.



먹는다는 건 참 원초적이고도 복잡한 일이야.
그만큼 우리의 몸과 마음은 음식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겠지.



이 브런치북은 그런 나의 이야기야.
88kg에서 44kg으로 감량하면서 배운 것들,
수많은 사람들을 코칭하며 얻은 인사이트,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몸과 마음의 신호를 읽는 법에 대한 이야기.



혹시 지금 어디선가 자책하고 있다면, 그 자책을 잠시 내려놔줘.
그리고 내가 들려줄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
어쩌면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당신만을 위한 방법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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