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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초콜릿은 나를 위로하는 루틴이다.

쓴맛이 주는 단 맛.

by 이지애

얼마 전 배우 이청아의 유튜브를 봤다.
초콜릿을 고르는 장면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하나를 고르기까지의 그 신중한 손짓이,
이상하게 익숙했다.


44kg을 감량하던 시절,
내 유일한 ‘길티 플레저’가 다크초콜릿이었다.
수많은 브랜드를 거쳐봤지만
결국 손이 가는 건 몇 개뿐이었다.

밥 먹고 나서 자꾸 당길 때,
유기농 다크초콜릿 한 조각에
탄산수 한 모금이면 충분했다.
당분이 아니라,
무너진 기분을 다잡는 루틴처럼.




다크는 75~85% 정도가 가장 좋다.
90%도 가끔 먹는데,
씁쓸함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거 무슨 맛으로 먹어? 크레파스 맛이잖아.”
맞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그런데 입맛이란 건
환경에 따라 바뀌는 감각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다.


실제로 다크초콜릿의 카카오에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 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고,
‘편안하다’는 신호를 보내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다.
그래서 다크를 먹으면 잠시라도
‘괜찮다’는 기분이 든다.




정말 많은 걸 먹어봤다.
그중에서도 가급적 유기농 다크를 고르려고 한다.
가공이 덜 된 초콜릿일수록
당 함량이 낮고, 카카오의 쓴맛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쓴맛이 바로 ‘기분을 진정시키는 맛’이다.

결국 오랜 시행착오 끝에
6~7년 전부터는 고민 없이
이 브랜드만 먹게 되었다.




https://litt.ly/recordme

*위 링크에서 3번 올려놨음.




이 초콜릿 이야기를 스레드에 올렸을 때
조회수가 2만을 넘었다.
댓글도 수십 개 달렸다.

누구나 나름의 길티 플레저가 필요하다는 걸

그때 다시 느꼈다.
어떤 사람은 와인, 어떤 사람은 커피,
그리고 나처럼 다크초콜릿 한 조각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쓴맛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일반 초콜릿은 너무 달아서 못 먹게 된다.
입맛이 변한다는 건,
몸이 지금의 나에게 맞춰
새로운 리듬을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다크초콜릿은 결국 ‘위로의 언어’다.

입안에서 천천히 녹는 그 쓴맛 속에

오늘을 버텨낸 내 마음이 녹아 있다.

나는 지금도 그 맛으로

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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