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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7개월째, 같은 스무디를 마시며 달라진 것들

해독혁명과 십자화과 스무디에 대하여.

by 이지애

매일 같은 걸 마신다는 건,

누군가에겐 지루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하루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방법이었다.

휴가나 긴 연휴가 끝나거나

한동안 술과 과식을 일삼았다면,

어김없이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건 스무디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1년 7개월째,

나는 같은 스무디를 마시고 있다.


이 스무디의 시작은 책 한 권이었다.

얼마전 책의 내용을 자세하게 정리해두기도 했다.

� <해독혁명>


그 책에서 처음 배운 단어가 있었다.

‘글루타치온’.


처음엔 낯설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가 됐다.

몸 안에도 정화 시스템이 있고,

그걸 돌리는 연료가 바로 이 물질이었다.


그때부터 식단을 바꿨다.

해독과 회복에 신경을 쓰자고.

핵심은 세 가지였다.


1️⃣ 십자화과 채소

2️⃣ 글루타치온

3️⃣ 염증을 줄이는 음식과 생활 습관


십자화과 채소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양배추, 청경채처럼

잎이 십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채소다.

이 단순한 채소들이

간 해독과 글루타치온 생성을 돕는다고 했다.

글루타치온은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항산화 물질.

스트레스, 인스턴트, 불규칙한 식사로

이 물질이 줄어들면 몸의 회복력이 떨어진다.

결국 이 모든 걸 가장 쉽게 보충하는 방법은,

십자화과 스무디 한 잔이었다.


냉동 브로콜리 한 줌,

콜리플라워 몇 조각,

양배추, 애호박, 바나나 반 개 등등.

그걸 블렌더에 넣고 돌린다.

물론 아주 달달한 음료보다 맛있진 않다.

하지만 마시고 나면

몸이 거짓말을 못 한다.

아침의 피로가 덜했고,

폭식이 줄었고,

기분의 곡선이 완만해졌다.

몸이 정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거다.


이제 스무디는 다이어트 음식이 아니라

나를 유지하는 루틴이 됐다.

하루가 어지럽게 시작돼도,

이 한 잔을 마시면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마음이 가라앉는다.


늘 같은 투명 유리병에 담는다.

(이 유리병은 어디서 구입했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것 같다)

내용물이 보여야,

내가 오늘 뭘 넣고 사는지 알 수 있으니까.


꾸준함은 거창한 게 아니다.

딱 이 정도,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루틴이면 충분하다.



내가 매일 사용하는 스무디 재료와 도구는

아래 리틀리에 정리해두었다.

https://litt.ly/recordme/



나는 여전히 ‘완벽한 식단’을 모르겠다.

대신 내 몸이 좋아하는 걸 찾았다.

1년 7개월째 같은 스무디를 마시면서,

드디어 이해하게 됐다.

몸은 꾸준함을 기억한다.

그리고 정직하게 반응한다.

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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