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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ㅡthanow Apr 21. 2024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버터나이프 깎기 - 우드카빙 

 4월 초부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우드카빙을 배우고 있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다~ 해서 혼자서 칼을 두 개 정도 사서 해보다 말았다. 이번에는 전문 선생님이 옆에서 깎는 것을 지켜봐 주고 계신다. 

무작정 날로 미는 게 아니라 나무의 결에 따라서 작업 순서가 있고, 칼마다 맞는 자세가 있다. 그래야 오래 작업할 수 있고 다음날 팔꿈치나 손목이 아프지 않다. 


 버터나이프는 첫 작업물이다. 드로우나이프로 길게 길게 깎는 것을 연습하는데 첫 수업부터 평범한 게 하기 싫어 게임에 나올 법한 구루카 칼을 깎았다. 금방 후회했다 ㅋ. 수업을 받는 목적이 두 달 정도 배워 카빙 원데이 & 정규반 클래스를 오픈할 경우 수강생 분들에게 가르치기 위함인데 보통의 디자인으로 해야 나중에도 도움이 같기 때문이다. 


칼로 칼을 깎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던 와중 내가 깎은 칼로는 아무도 다치게 할 수 없음을 알았다. 작년쯤 한국에서 흉기를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갑자기 연속적으로 일어났던 일이 있다. 나는 그런 끔찍한 일들은 뉴스로 접하면 최대한 안 보려고 피한다. 헤드라인만 봐도 뇌리에 깊게 박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면 내가 물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지...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그렇게 유가족 앞에서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적극적으로 sns 스토리를 업로드해 범죄자들을 욕하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애도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짧게 슬퍼하고, 분노하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자신의 일을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만드는 것이니까. 4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가 깎은 칼이 날카로워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얍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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