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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下) 언제나 변수는 비상상황

_문갑을 닮은 서랍을 만드며

by studiokioki

오늘은 결론부터 말한다.

과거의 제작자들보다 더 나은 상황 속에서 더 못한 작업물을 만드는 것에 속상하다.


나는 정확하게 재단할 수 있는 기계들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건조가 잘 된 단단한 나무도 있었지만, 사고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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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조립

조립 과정에서 왼쪽 하단에 있는 옹이를 반드시 아래로 향하여 바닥을 보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도미노를 위쪽에 뚫어 꼼짝없이 보게 되었다. 앞으로 매번 보며 방향을 잊지 않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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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을 표현

과거에는 홍송(붉은 목재) 혹은 나무에 열을 가해 검게 만드는 낙동 목재를 사용하여 가구를 만든 것을 재현하고자 했다. 토치질은 사실 정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전용 다리미로 지지거나 가열실을 만들어서 불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열을 가한다고 한다.

토치질을 빼곡하게 하기보다는 하얀 목재 부분을 남겨 그 부분을 갈색 컬러 오일로 마감하여 울긋불긋하게 만들고자 했다. 결론은 나쁘지 않았지만. 토치질을 하는 과정에서 집성 때 사용했던 본드들이 녹아 나무에 길게 선이 생겼다. 샌딩을 하고 수세미로 긁어내며 노란 본드 자국은 없앴지만, 무슨 모발이식 한 것처럼 길게 뚜렷한 선이 생겨 슬펐다.

A4 - 6 문갑을 닮은 서랍.jpg 이렇게 완성.

공간과 어울리는 것에 만족. 두껍닫이 문도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잘 작동하고,


아 맞다 나무 구슬은 어디 갔냐 하면. 막상 달아보니 별로라서 노선을 급하게 변경했다. 막상 달아보니 되게 힘이 애매하고... 밀도도 애매하고... 벌레 알들 같기도 하고... 이럴 때는 혼자 생각하고 만드는 일이 참 자유롭다고 느낀다. 내가 만들고 내가 쓰니까 내가 맘에 안 들면 수정하고, 내가 만드니까 바로바로 수정사항을 반영하는 우수한 프로세스 아닐까.

KakaoTalk_20250409_234316791.jpg 이 조형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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