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까지 꽉 찬 소설
나는 선택을 할 때마다 가끔은 일부로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고를 때가 있다. 그때그때 다르다. '이번에는 평소처럼 말고 이렇게 해볼까?'라는 익숙함을 뒤틀기 위한 긍정적인 몸부림을 칠 때도 있고. '내가 좋다고 행동했던 것은 별로였으니까'라며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 내가 나를 못 믿을 때 하는 선택. <모순>은 주인공의 선택을 위한 고민들을 함께하며 나에게 그런 순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 소설이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을 따라 계속해서 반대되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가정환경, 데이트 상대, 사랑에 대한 관점, 편안하고 익숙함과 불편하고 어색함. 이런 요소들을 배치할 때 가깝게는 한 문장에서, 멀게는 2~3페이지 너머에서 보여주며 그 대조되는 효과를 매번 체감할 수 있었다. 모순이라는 단어는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짧지만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창과 방패 이야기가 세 문장 남짓 되는 글에 담겨있지만 인상적인 것처럼 말이다.
주인공인 안진진에게는 쉽지 않은 인생을 대변하듯 많은 분노도 슬픔도 체념도 느껴진다. 그런데 말하는 게 그렇게 밉지는 않다. 가령 술자리에 가면 말이 많고 자기 이야기를 계속하는 친구가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도, 욕심도 느껴지고, 친구임에도 '좀 너무한데'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들. 나머지 사람들은 그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한 두 마디 얹고 보태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가있다. 그럼에도 그 친구가 그렇게 밉지 않은 기분이 든 것은 친구라서, 혹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을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
솔직함, 안진진의 가장 큰 무기 같다. 두 남자와 번갈아가면서 데이트를 하며 결혼을 고민한다. 심지어 한 남자와 함께했던 데이트 코스를 다른 남자와 복기하며 사랑을 시험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불륜과 같은 나쁜 행동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의 상황을 우리가 알기에, 좋은 선택을 하길 응원하는 나의 마음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결혼을 사촌에게 이야기하고, 바로 그다음 챕터에서 머리로 생각했던 사랑과는 다른 사랑을 느끼고 모든 감정들에 힘겨워하는 모습마저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주인공의 주변 가족들의 단점을 이야기하고, 밉지만 가족이기에 그렇게 미워할 수 없음이 글에서 너무나도 잘 느껴진다. 차가운 포용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을 아주 천천히 읽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기셨을 때는 웃음이 나왔다. 난 하루 만에 읽었는데, 어쩌지. 이렇게 몰입력이 강한 소설을 천천히 읽는다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삼키세요 혹은 아주 무거운 무게를 천천히 들고 내리며 운동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로 느껴졌다. 그리고 독후감으로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책을 접하기 보다도 '첫 독자'이길 꿈꾼다는 글에는 나름의 뿌듯함을 느꼈다. 창작자의 의도대로 아주 작은 주제만을 알고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추천해 준 친구의 적절한 완급조절 덕에 마지막까지도 기분 좋게 책을 덮을 수 있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