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거대한 확신이 아니라 작은 신호로 나아가는 것
# 어제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글 하나가 조회수 1만을 기록했고, 공저로 낸 책의 인세까지 들어온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이었다. 내가 올린 글 하나,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진다는 것은 여간 짜릿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 새해가 되자마자 회사가 너무 정신없이 바빴다. 고작 26년이 2주 반밖에 안지났는데 체감상 두 달은 훌쩍 지난 기분이었다.
# 매일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면 삶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독서를 더 많이 하고 싶었다. 일주일에 두권은. 매일 저녁 퇴근하면 중국어 공부를 해야지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 왕복 3시간 거리의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만만치 않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내 시간을 잠깐 갖고 바삐 출근한다.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는 다시 잠들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하루종일 회의와 업무들을 쳐내다 보면 온갖 피로가 몰려왔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1시간 20분 동안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잠시 눈을 붙이거나, 영상을 보는 것 뿐이 었다.
#그래서 점심시간, 혹은 출근하자마자 아침을 먹으며 짬을 내서 글을 썼다. 퇴근 후 집에와 다이어리 쓰기 전 20분, 타이머를 키고 겨우겨우 독서시간을 채웠다. 아무래도 직장인이라는 본업이 있다보니, 매일 글을 쓰는 것도, 계획한 일들을 해내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시간이 아까웠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고,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들을 알차게 채우지 못하는 것 같아 내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가득했다.
# 나는 언제쯤 나만의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해서 되는걸까?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오려던 참이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나 자신을 조금씩 다그치고 있었다.
# 그런데 약속이라도 한 듯 찾아온 이 작은 성취들은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꾸준함을 가지고 나아가면 된다고, 네가 가는 길을 묵묵히 가면 된다고. 마치 나에게만 살짝 들려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 삶은 그런 것 같다. 거대한 확신으로 나아가는게 아니라, 이런 작은 신호들을 동력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 아마, 오늘 하루도 여전히 회사는 바쁠 것이고, 글의 소재가 생각나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나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짬을 내어 나를 찾아갈 때 아주 가끔 이렇게 작은 신호가 찾아온다면, 그걸 놓치지 않고 받아들이며 계속 가보고 싶다. 1년 전에는 이런일도 상상할수 없었으니, 1년 뒤에는 또 다른 일들이 펼쳐져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