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렇게 말해주던데요?

AI가 답을 주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느림의 시간

by 베러윤
신입인데, 너무 완벽하게 자료조사를 해오는거예요.


12월의 마지막 날 송년회 모임에서 스타트업 기업의 팀장인 동생을 만났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 취업할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아는 동생이 있는 스타트업에도 꽤 많은 신입사원들의 이력서가 들어온다고 한다. 하긴, 당장 우리 회사만 해도 신입사원은 거의 뽑지 않고 30대 중반 이후의 경력사원만 뽑으니 다들 오죽할까. 회사 입장에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보다는 시간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경력사원이 더 효율적이겠지.

그런데 재밌는 점이 하나 있다고 했다. 분명히 신입이라 아는 게 없는데 일을 너무 잘해온다는 것이다. 어디서 찾아봤냐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말한다고 한다.


'ChatGPT가 그렇게 말해주는데요?'.


그런데 이 말에 할말이 없다고 한다. 왜냐면, 확인하는 본인도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으니까. 마치 본인의 룰이 ChatGPT가 해준 답을 컨펌해주는 역할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ChatGPT로 물어본 답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고 했다. ChatGPT가 준 답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왜 이 답을 가지고 왔는데?'

‘그냥 GPT가 그렇게 만들어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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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답을 빠르게 가져다준다. 내가 질문을 아주 정교하게 하지 않아도, 꽤 그렇듯한 답변을 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답이 왜 나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왜 지금 그 답이 필요한지까지 대신 설명해주지 않는다.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수많은 대답 중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예전에는 서툰 신입의 시간을 회사가 감당했다. 실수하고, 혼나고, 다시 해보는 과정 자체가 교육이었다. 나도 신입때를 생각해보면 선배들 한테 참 많이 혼나면서 배웠다. 그리고 그 속에 나의 업무에 대한 기준을 세워나갔고, 나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과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들과 일주일 밤을 새워가면서 비딩을 준비하고, 서비스 런칭을 위해 개발팀, 디자인팀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생각했다. 답을 찾기 위해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간은 줄어들고있다. 다같이 이야기하고 치열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줄고, AI가 주는 결과들을 쭉 나열해서 그 안에서 선택하는 업무로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결과는 빨리 나오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 결과를 책임질 ‘이유’는 비어 있는 상태로 남아있다. 마치 신입들이 'ChatGPT가 그렇게 말해주는데요?'. 라고 대답했던 것 처럼 모든 책임을 AI에게 넘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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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건 업무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이 일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왔던 시간들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답을 찾는 과정에서 때론 길을 잃기도 하고, 생각이 막히기도 하고, 동료와 부딪히며 쌓았던 시간들 안에서 우리는 '정답'도 찾았짖만, 각자의 판단 기준을 만들어왔던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우리는 AI시대에 경계하며 질문해야만 한다.


점점 빠르게 일하고, 시간을 단축한 시간만큼
우리는 깊이 있는 생각하고 있는가?


AI는 강력한 도구다. 이쯤 되니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과연 나는 AI가 준 답을 선택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아니면 그 답을 참고하되 나만의 기준으로 다시 묻고, 다시 판단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경험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사실 이것은 매우 느린 일이다. 질문만 주면 바로 답이 나오는 세상에서 어쩌면 이것이 느리게 보일 수도 있다. 대신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아마도 이 시대에 가장 인간다운 경쟁력은, 그 느린 시간들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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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