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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지니 Nov 17. 2019

현명한 브랜딩의 시작은 어디서 오는가?

'나'라는 소비자의 이해

책을 낸 후 자기도 글을 쓰고 싶다며 인스타 DM이나 연락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 소재를 어떤 걸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나 나는 대답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모르기 때문이다. (모를 땐 애매한 대답보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게 항상 낫다.)

고작 대화 몇 마디 나눈 게 다인데 그 사람의 글이 될만한 소재를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항상 나 자신이어야 한다.

글쓰기뿐 아니라 무얼 하든 나를 아는 것이 가장 좋은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나’를 마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은 내가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객체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을 관찰하기보다는 외부적인 말 한마디에 더 큰 의미를 두곤 하는 것 같다.

나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어느 곳으로 나아갈지 방향도 정해질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은 뭐가 있는지, 내가 인정해야 하는 약점은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관찰해야 한다.

장점을 잘 표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약점은 먼저 드러내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필자도 와인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조금 더 친근감 있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자필로 구성한 책을 기획했었다. 악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과정 중 반복해서 들려왔던 피드백은 글씨체가 너무 아쉽고 가독성이 떨어지니 다른 사람을 부탁해서 하던가 폰트를 사서 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들이었다. 

그렇다고 처음에 생각했던 ‘친근감 = 손글씨’라는 콘셉트를 버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과감히 나의 약점인 

아쉬운 글씨체를 책의 가장 앞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몰라도, 와인> 미리 보기 발췌


프롤로그에 악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친필로 책을 준비하게 된 점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를 부탁한다고 적었던 것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약점은 드러내 보이는 순간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덮어두다가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올해 초 모 쇼핑몰 사건만 봐도 그렇다. 그동안의 약점이라고 계속 지적받던 ‘품질’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덮어둔 채 지나갔던 것이 더 큰 사건으로 터지게 된 것이다. 또한 초반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네티즌으로 하여금 이래도 아니라고? 식의 더 많은 추궁을 당하게 되었다. 

초반에 약점이라고 지적되던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조금 더 문제가 유연하게 해결될 수 있었지 않을까?


일상 속 최고의 브랜딩 공부는 바로 매일 만나는 나를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나’라는 소비자(消費者)를 깊이 관찰하고 이해할 수 없다면 다른 이의 소비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나를 알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자산이며 브랜딩의 시작이기도 하다. 세상사를 이해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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