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아이스크림 먹으러 갑니다> 연재를 마치며
이 글은 조금 수정사항은 있지만, 이전글과 걑은 글입니다.
제가 어제 연재글이 아닌 일반글로 올렸었네요. ㅠㅠ 그 글을 여기로 불러올 수 없어서 다시 올렷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기에게 손수 지은 배냇 저고리를 곱게 입혀 베시넷에 조심히 앉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의 여행.
그 여행의 안내자는 부모다.
두 살 반 터울의 9살과 12살이 된 두 아이들을 키우며, 이제껏 많은 경험을 해 왔고, 하고 있으며 또 해 나갈 것이다.
가족 여행은 그저 유명 여행지로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생각한다. 아이와 손잡고 근처 공원을 나가도 아이에게는 부모와의 또 다른 모험 Journey이 시작되는 거다.
12살이 된 아이는 이제 사춘기로 접어들며 내 손을 떠나 날아갈 준비를 하며 그 아이만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인 나는 양치기처럼 근처를 맴돌며 기도하고, 도와주고, 뒤에서 아이가 훨훨 바른길로 잘 날아오를 수 있도록 후원하는 일은 여전히 지속될 거다.
열심히 보여주고 가르쳐 주고 싶었지만, 팬데믹이 끼어 있었고 더불어 아이는 3년이란 시간 동안 타국 여행은 잘 못했지만 대신 집 근처 꽃잎 한 장, 벌 한 마리도 함께 들여다보며 부모와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주말에 함께 영화를 보는 일도 여행을 다녀오는 일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 상상의 나라로 아이와 손잡고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기억 못 할 거라며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돈 아끼란다. 그들의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난 반대로 생각한다.
그들 말처럼 아이들은 3살 이전 기억은 잘 못한다. 사진을 보며 계속 되짚으면 그 기억이 더 오래갈 수 있지만, 대개는 잊는다. 괜찮다. 유아때 방문했던 그 산, 들, 공원, 바다, 동물원, 놀이터에 대한 기억은 잊을지언정 아이가 부모와 함께 달리고 안기고 맛있게 음식을 먹었던 그 따뜻한 감정은 코어파워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
만약 아이들이 큰 후 여행 가려고 하는데 그때 또 다른 일들이 생긴다. 운동 경기 스케쥴과 겹치고, 시험날짜가 다가오고, 부모님이 편찮으시고, 해야할 여름방학 캠프가 있고, 학원비는올라가서 더 많은 가계 지출등 현실에 치여 항상 미루던 여행은 여전히 미뤄질 확률이 높다.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은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함께 하는 여행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간다.
5살부터 쭉 봐오던 같은 동네에 사는 아이들. 그들이 이제 12살이다. 반 이상은 나보다 키가 훌쩍 큰 다양한 인종의 남녀 십대들이다. 오랜 시간 함께 지내 온지라 그 집안 사정도 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부모의 애정관계가 얼마큼 중요한지 슬슬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누가 좋고 나쁘고 옳고 틀리고가 아니라, 각각 다른 성격과 자아를 가진 아이들이 그들이 원하는 만큼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고 있는지 없는지의 상태에 따라 학교에서 보이는 행동은 각양각색이다. 단, 공통적인 모습은 부모 애정이 결핍되면 아이들은 이상 행동을 한다는 거다. 점점 나빠지는 경우를 봤는데, 그 엄마는 변하지 않는다. 반면, 엄마가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을 들인 문제아이들 중 몇은 학년이 올라 갈수록 나아졌다. 한 엄마는 보이스카웃에 봉사를 하며 그 폭력적이던 아들과 함께 자연으로 계속 여행을 다녔다. 그렇게 함께 몇 년 하다보니 아이의 행동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이상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부모들 빈부격차나 지식수준 문제가 아니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들이는 애정과 정성의 문제다.
아이들이 유아이던 시절, 키즈카페에서 만났던 한 한국 할머니께서 해 주신 조언이었다.
"나와 내 친구들 모두 아이들을 다 키우고 결혼시켰어.
어떤이는 잘 나가는 의사가 되고, 어떤 아이는 변호사가 되고, 어떤 아이는 사업을 해서 돈도 많이 벌어. 그런데 부모와 단절한 아이들도 많고, 가족이 불행한 집도 많아. 의사가 된 후 자살한 아이도 있어.
그런데 내가 지켜보니 나이 들어도 여전히 행복한 집은 아이들을 정성 들여 키운 집이더라.
돈하고 상관없어. 나도 그러지 못했어. 우리도 돈 버느라 바빴지. “
그리고 강조하셨다.
아기엄마, 정성들여 키워요. 아이를 정성들여 키워야 해."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정성'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대부분 사랑하라고 하는데 그 할머니는 내게 정성을 들여라 했다. 사랑의 표현 방식은 여럿이나 정성은 한가지다. 예를들면, 한국에는 사랑의 매라는 말이 있었다. 물리적인 체벌도 사랑이라며 정당화 하던 시절이었으니 어쩔수 없지만, 적어도 사랑의 체벌도 정성이라며 포장할 순 없다. 반대로 훈육이 들어가야할 나이의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아이만 떠받들며 무조건적인 우쭈쭈함에 공공장소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민폐형 부모들도 있다. 그것 또한 그들만의 사랑 표현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정성은 아니라 본다.
아이들에게 정성을 들이려 노력해왔다. 화분에 매일 물을 주듯이 눈을 맞추고 웃어주고, 토닥여준다. 물론 가끔 경상도 특유의 사자후를 내뿜는것을 쑥스럽지만 감추진 않겠다. 사랑과 정성. 두 단어 모두 추상적인 단어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아이들 학교 담임선생님들로 Good Parenting 을 한다며 칭찬을 듣는다. 항상 모자란 엄마인 듯 해서 그런 칭찬을 들으면 쑥스럽지만, 그래도 노력의 모습이 보이나 싶어다행이라 여긴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때마다의 가족여행은 필요 없다.
부모와 자식 간에 온기를 느끼고, 함께 헉헉대며 산을 오르고, 함께 짠 바닷물을 마시며 물장난치고, 우리들만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웃으면 된다. 그런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을 아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주고, 매일 나무에 물 주듯 아이에게도 부모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 어린 말 한마디만으로도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당장 어린 아이 손을 따뜻하게 붙잡고 골목 끝 편의점에 가서 과자를 고르고, 서점에 가서 함께 책을 고르며, 공원에 나가 풀내음을 맡아봄은 어떤지.
더 나아가 시간이 된다면 우리 동네, 우리 도시, 우리나라로 점점 공간을 확대해 가는 가족여행을 권해본다.
친구 가족들과 함께 여행해 봐도 좋다. 다른 어른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아이들도 배운다. 어울리는 그 속에서 소셜도 배운다.
현실 생활에 쫓기며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짐싸기등에 지쳐가던 중 이 여행 에세이를 쓰며 나 또한 다시금 여행의 이유, 의미, 행복 등을 떠올릴 수 있어 즐거웠다.
아직 이 브런치북에 소개 못한 여행지들도 많지만, 이즈음에서 이번 책은 마무리 짓고자 한다.
앞으로 나와 함께 손잡고 다니던 아기들은 사라지고, 곧 사춘기 십대 아이가 생김으로 인해 새로운 여행이 시작될 거다. 네 가족 모두 완전체로서의 가족여행은 몇 년 남지 않았다. 대학을 가게되면 아이들은 한동안 친구들과의 여행을 더 선호할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더 많이 떠오른다.
이 생애 살아있는 한 우리의 여행은 계속됩니다.
물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항상 여행의 끝에 함께 할 겁니다.
그동안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뵐게요. 행복하세요!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