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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부꾸미 Mar 30. 2020

그 시절, 경포에는




놀라지 마. 그 시절 경포에는 방갈로가 있었어. 영화에서나 나오는 모래사장 위의 방갈로가 경포에 있었다고. 술이 덜 깬 새벽 아직은 차가운 모래사장에 맨발로 내려서서 적당히 마른 곳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바다 위로 멍하니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었어. 조금 그렇게 넋을 놓다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툴툴 털어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진짜 아침이 올 때까지 자는 거지. 뜨는 해를 본 것을 꿈으로 대신하고.


숙박료가 3만 원이었던가, 5만 원이었던가. 홀수였던 건 기억나. 몇 년 동안이나 계절마다 가서 하루씩 자고 왔던 걸 감안하면 처참한 기억력이지. 맞아, 계절마다 혼자 경포에 갔었어. 별 이유는 없었어. 혹은 모든 게 이유이기도 했지. 과제가 잘 안돼서(너무 하기 싫어서), 날씨가 딱 수업을 째고 싶은 날이라서, 뭔가 시작해야 하는 데 마음이 안 잡혀서, 남자친구와 시답지 않은 연애를 끝내서. 보통은 ‘바다 보고 싶어서’라는 이유였는데, 요즘은 그런 낭만적인 이유를 대기엔 꼴사납다는 취급을 받기 쉬우니까 그건 빼기로 하자. 하여튼 없는 용돈을 그러모아 강릉행 고속버스를 타고, 시내버스로 경포에 도착해 방갈로에 묵고, 밤바다에 앉아 혼자 컵라면에 맥주 두어 병을 마시고, 다음 날 백반 한 끼 먹고 돌아오는 게 계절마다 벌이는 나만의 이벤트였어. 


왜 경포였느냐고 물으면 그냥 익숙해서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지.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고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진 방학 때마다 강릉에 갔었으니까. 강원도 바다 이외의 바다는 가본 적도 없었으니까. 내가 아는 바다는 어둑한 솔밭이 길게 드리워져 있고 적당한 경사로 넓게 펼쳐진 밝은 오트밀 색의 모래사장에 짙은 파랑의 바다, 지금 눈을 감아도 모양을 비슷하게 따라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조그마한 바위섬 몇 개, 그게 전부였던 거지. 아는 그림이라 마음이 편했던 걸 거야. 웃기는 일이지만 스무 살 언저리에는 의외로 마음이 시달리는 일이 많거든. 지금의 서투름이 몇 년만 지나도 웃으며 회상할 일이란 걸 예상하면서도 당장은 고달프고 창피하니까. 잠깐 숨는 게 필요한 거지.


아무튼 나는 늘 경포로 숨었어. 익숙한 바다 냄새를 맡으면 다시 별 볼일 없고 서투른 것들에 나부낄 힘이 났어. 사실 한적한 밤바다라는 건 생각만큼 낭만이 넘치지는 않아. 특히나 그 시절의 해변은 조명도 없었지. 깜깜한 밤바다를 앞에 두고 앉으면 거짓말이 아니라 눈을 감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등 뒤를 비추는 방갈로의 옅은 불빛에 의지해 더듬더듬 컵라면을 먹고 병맥주를 마시는 거지. 가끔 머언 바다에 환하게 빛을 내는 오징어잡이 배가 지나가기는 하지만 그 정도 거리에선 어림없어. 


대신 파도 소리만큼은 한낮의 바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져. 한낮의 파도 소리는 따뜻한 공기에 이리저리 부딪쳐 온화해진 느낌이야. 입안을 구르는 와인처럼. 밤의 파도 소리는 훨씬 거칠어. 검어진 모래를 덮쳐쥐고 흔드는 느낌이지. 내가 얼마나 먼 곳에서 밀려왔는지 보여주겠다는 듯 단호하고 낮은 소리를 내. 하늘을 휘갈키며 상처를 내지. 위안이 되는 게 그쪽이라니 그건 지금 생각해봐도 희한한 일이야.


몇 번째의 바다였을까. 그때도 아마 평소처럼 학교에 갔던 것 같은데. 그 사람 얼굴을 보자마자 돌아섰을 거야. 첫사랑을 못 잊었다는 순정만화 같은 이유로 내 진심을 거절했던 그 사람은 눈이 동그랗고 턱이 뾰족한 그 아이와는 잘만 만나더라고. 손도 잡고, 어깨에 팔도 두르고. 첫사랑이 기억도 안 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재주가 있었나 보지 그 아이에게는. 짜르르한 패배감이 밀려오더라. 이기고 지고 할 것도 없는 문제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다는 사실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게 없었어. 물론 그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그 법칙을 이기지 못해 마음이 부대낀 날들이 많았지. 더 어른이 되면, 더 어른이 되면 하고 미래만 기약하면서 말이야.


그날은 작정하고 갔던 게 아니라 내 가방 안엔 갈아입을 속옷도 칫솔도 없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고속 터미널에 강릉행 버스 티켓을 쥐고 앉아 있더라고. 평소보다 늦은 출발이었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리치의 ‘사랑해 이 말 밖엔’, 박화요비의 ‘어떤가요’ 같은 노래들이 무한 재생되고. 나는 휴게소에서도 내리지 않았어. 달리는 동안에는 나무랑 산이랑 구름이랑 모든 게 다 빠르게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걸 봤지.


버스가 대관령의 좁고 험한 길을 내려갈 무렵, R이라는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어. 이 친구를 알게 된 사연은 다 설명할 순 없고, 그저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생사 여부를 확인하고 가끔씩은 만나서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연애 얘기에 얄팍한 조언이나 던져주는 그런 사이. 이성이지만 이성으로의 끌림은 없어서, 객관적 시선을 대신해 줄 수 있다는 명분으로 서로를 곁에 두는 그런 사이. 


- 모하냐

- 바다간다

- 무슨일있어?또경포가는거야?

- 아무일없어.그냥가는거야.갈때가되서


40자 글자 수 제한을 넘지 않는 짧은 생사확인이 허세스럽게 끝나고 더 이상 대화는 연결되지 않았어. 나는 창 너머 저 멀리 어두워지는 바다를 보며 오늘은 사치스럽게 택시를 타고 경포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지.


3만 원인지 5만 원인지 모를 그 방갈로 하나에 가방을 내려놓고 나와서 어두운 바다를 마주한 채 컵라면이랑 맥주를 먹었어. 적당한 곳에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라면과 맥주 한 병을 먹고 나니까 엉덩이가 축축하더라. 그래서 다음 병은 방갈로 코앞에 앉아 마셨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날은 날카로운 파도 소리도 별 위안이 되지 않았어. 한 번 철썩 할 때마다 마음이 세게 따귀 맞은 듯이 시리더라고. 아마 단순한 실연이 아니라 어느 한구석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느낌 때문이 아니었을까. 괜히 마음만 더 시끄러워져서 더는 맥주를 마시지 못했어.


그대로 방에 들어가기에는 아까운 마음이라 바닷가를 거닐다가 뭔 바람이 불어왔는지 노래방에 가야겠다 싶더라. 그때까진 한 번도 혼자서 노래방에 가 본 일은 없었거든. 비수기 해수욕장 노래방이라니. 원래대로라면 조악한 나무 문 너머 방방마다 바닷가 흥에 잔뜩 절여진 노랫소리가 새어 나와야 하는데, 카운터에 주인아주머니가 틀어둔 텔레비전 소리 말고는 절간이나 다름없더라고. 그 큰 노래방에 손님은 나 혼자였어. 아주머니는 덜렁 혼자 온 나를 아래위로 몇 번 훑어보고는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금세 친절한 표정으로 바꾸고 ‘서비스 많이 줄게.’하며 방 하나로 나를 들여보내줬어. 


그 방은 내가 노래방을 가본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방이었어. 아마도 회식용 방이었던 걸까. 운동장 만한 방에 벽마다 길게 붙은 소파에 앉으면 서른 명도 너끈히 앉겠더라. 중앙쯤 앉아서 테이블 앞 리모컨을 손에 쥐니 노래방 화면이 강의실 맨 뒤에서 칠판을 보는 것처럼 저어 앞이더라고. 많이 당황했지만 몇 곡 부르고 나니까 익숙해져서 할 만하더라. 처음에는 내 기분을 살려 슬픈 노래만 불렀는데 레퍼토리가 떨어져서 댄스곡도 부르고 트로트도 부르고 하니까 나중엔 내가 바다에 왜 왔더라 영 모르게 되어 버리더라고. 아주머니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10분씩 서비스를 넣어주시는 바람에 아마 혼자서 2시간 조금 넘게 노래를 불렀던 것 같아. 어지간한 가수의 콘서트나 다름없지. 나올 때 인사를 하는데 ‘안녕히 계세요’가 전인권 목소리로 나오더라고.


그래도 덕분에 기분은 한결 나아졌어. 내가 생각했던 그림대로는 아니었지만. 그대로 한숨 자고 내일아침 밥 한 끼 먹고 올라가면 다음 주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학교에 갈 수 있겠지 싶었어. 주고받는 마음은 늘 가지런하지 못하고, 정리해 보려고 애쓰는 새에 스쳐 지나가버리지. 그러고 나면 또 새로운 마음이 올 테니까. 샤워를 하고 깨끗한 잠자리에 누웠는데 나름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것치고는 잠은 쉽게 안 오더라. 한참을 뒤척였어. 자정을 꽤 넘기고도 또랑또랑한 정신에 결국 겉옷을 걸쳐 입고 다시 밖으로 나왔어.


술손님이 있는 몇 개의 횟집을 제외하고는 조용하고 깜깜한 바다였어. 원래는 잠깐만 산책을 하고 돌아가 다시 누울 생각이었지. 그래서 지갑도 핸드폰도 안 챙겨 나왔어. 모래사장이 아닌 횟집과 솔밭 사이의 길을 쭉 따라 걷다 보니 금방 해수욕장 입구가 나오더라. 입구 건너편엔 ‘경포호’라고 큰 호수가 하나 있어. 생각해보니 몇 번이나 경포 바다를 왔지만 코앞인데도 호수는 한 번도 일부러 간 일이 없더라고. 호수는 둥그니까 따라서 걷다 보면 길 잃을 일은 없겠지. 그렇게 단순한 생각으로 한 바퀴 걷기로 했어. 지금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여자 혼자 그 늦은 시간에 어두운 호수를 한 바퀴 걷는다니. 근데 그때는 별로 무섭다는 생각을 못 했어. 무섭다는 생각까지 담기에는 스물몇 살의 머릿속은 별로 남은 공간이 없거든.


길을 건너 호수 앞에 다다르니 ‘아!’ 소리가 나오더라. 지금은 봄의 한가운데로 달려가는, 벚꽃이 한창인 때라는 걸 그제야 알았거든. 호수를 뺑 둘러 고르게 자란 나무들이 모두 벚나무였다는 것도 그제야 알았고 말이야. 한 밤에 활짝 핀 벚꽃을 본 적 있어? 낮의 파도 소리와 밤의 파도 소리가 다른 것처럼 벚꽃도 그렇더라. 한낮의 구김 없는 햇살에 비해 뭔가를 감춘 듯한 긴 달빛이 스며들어 꽃잎은 훨씬 투명하고 촉촉해. 낮의 벚꽃이 재잘거리는 느낌이라면 밤의 벚꽃은 한 무리씩만 공유하는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지. 일일이 하늘거리는 생기는 조금 떨어지지만 조용히 머금은 바람을 길게 내쉬는 닮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어. 깜깜한 밤인데도 벚꽃이 빛나는 덕에 조용한 호숫가를 따라 난 길은 뿌옇게 밝더라.


신기한 일이었어. 무서워지면 중간에 얼마든지 되돌아가려고 마음먹었었는데 느린 속도로 아무도 없는 벚꽃 아래 동그란 흙길을 걷는 동안 한 번도 무섭지 않더라고. 별생각도 안 했어. 산책이라는 게 원래 그렇잖아. 이것저것 마음을 괴롭히던 것들을 무의식이 정리하도록 내버려 두는 시간을 주는 것. 그런데 딱히 그 순간에는 내 마음을 괴롭히던 게 무엇이었는지도 생각이 안 났어. 그냥 천천히 걷고, 머리 위 별 보다 더 가득한 꽃들을 한 번 바라보고, 또 걷고.


한참을 걸었지, 그렇게. 아마 호수의 삼분의 일 정도를 돌고 있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호수는 훨씬 컸거든. 저 멀리 앞에서 내 쪽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 그림자가 보였어. 그때도 무섭다기보다는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네’ 정도의 느낌이었던 것 같아. 그 그림자는 약간 갸우뚱하면서 멈칫하더니 점점 빠른 걸음으로, 결국엔 달려서 내 앞에 와서 멈춰 섰어. 놀랍게도 그건 R이었어.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


- 어떻게 여길 왔어?

- 아무 일 없다고 하는데 딱 느낌이 와서. 아, 무슨 일 있구나 하고.


그러니까 R은 나와 문자를 주고받은 후 나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무작정 경포로 온 거였어. 내가 경포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원래 그러려고 만난 사람들처럼 내가 걷던 방향으로 나란히 걷기 시작했어.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그 어느 날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얘기를 했지. 내가 어디 있을지 몰라 바닷가를 쭉 훑었고, 횟집이며 노래방도 한 번씩 들여다봤고, 뒤늦게 이 막막한 짓을 왜 시작했지 싶어 해수욕장을 빠져나왔는데 벚꽃이 너무 예뻐 한 바퀴 돌고 있었다는 얘기. 우연히 나를 만나면 왜인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는 느낌이 맞았다는 걸로 괜찮았지만, 전화를 해서 만나기에는 아무 이유 없는 우리 사이에 억지스러울 것 같았다는 그 얘기. 우리는 평소처럼 깔깔거리며 웃었어. 이 신기한 상황에 대해서 한참을 그렇게 얘기했지. 몇 번을 다시 놀라고. 몇 번을 다시 반가워하면서.


그리고 다른 얘기들도 했어. 벚꽃이 흐드러진 호숫가 길은 끝없이 이어지니까 우리의 얘기들도 끊어질 수 없었겠지.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해 두진 않았던 어린 시절 얘기라든지, 알고는 있었지만 중요하게 여긴 적 없었던 서로의 음식 취향, 좋아하는 색, 아끼는 노래 같은 것들. 심지어 그런 얘기도 했어. 지리 시간에 배운 ‘석호’에 대한 얘기. 이 호수가 바닷물이 모래로 가로막혀 생겨난 호수라는 것. 그렇다면 이 물은 짤까? 아니면 세월이 흘렀으니 더 이상 짜지 않을까? 둘 다 찍어 먹어보지도 않으면서 꽤나 팽팽하게 얘기했었지.


이상하게도 R은 내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왔다고 했으면서 그 무슨 일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혀 묻지 않았어. 그래서 좋은 것들만 얘기할 수 있었어. 그날이 그렇게 선명하게 남은 것도 그 때문일지도.


우리는 동이 터올 무렵까지 쉬지 않고 걷다가 야트막한 의자에 앉아서 호수에 번지는 아침 해를 함께 봤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가 아닌, 해를 등지고 퍼져가는 빛만 봤던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을 거야.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 내내 좋은 꿈만 꾼 것 같이 포근하더라. 피곤하지도 않았어. 평범했던 어느 봄날이 그렇게 특별해질 줄 누가 알았겠어. R에게도 그런 날이었을까.


그날 이후 한동안 경포는 나만의 벚꽃 명소였어. 사실 몇 번 더 가봤는데, 날짜를 요란하게 계산해서 갔을 때에도 감으로 때려 맞춰 갔을 때에도 그날처럼 완벽하게 모든 벚꽃이 활짝 핀 밤은 만날 수 없었어. 그래도 남들이 바다를 보러 경포에 갈 때 벚꽃 가득한 잔잔한 호수를 떠올릴 수 있다는 건 그 나이의 마이너한 감성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지.


아, R과 내가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선 말하지 않으려고 해. 꿈같았던 하루가 그날에만 머물러 있듯이 우리의 기억도 경포에 잘 머물러 있거든. 호수는 둥그니까 끝없이 걸으려면 걸을 수 있고, 어딘가에서 멈추려면 멈출 수 있어. 기억도 마찬가지야. 얼마든지 이어질 수도, 때로는 사진처럼 멈출 수도 있잖아.


옛날 경포에 가 본 사람이라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겠지. 그 시절 경포에는 색색의 수영복이 아무렇게나 널린 솔밭 속 민박집들이 있었고, 모래사장까지 끌고 나온 평상에 회를 날라다 주는 횟집 주인들이 있었고, 발가락 사이로 자꾸만 밟히는 반쯤 깨진 백합 껍데기며, 타이어 냄새가 물씬 나는 커다란 검은 고무 튜브가 있었고, ‘숙소 잡았어요? 방 못 구했으면 타요.’라며 눅눅한 강릉 사투리로 호객하는 봉고차 아저씨들이 있었어. 


그리고 내가 아는 경포에는 잊어버리지 않게 잘 챙겨둔 어느 하루와, 같은 모습으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벚꽃이 있어. 소중한 걸 같이 나눈 사람도 있었지. 아마도 내가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한다 해도, 아무리 자세히 살을 덧붙인다 해도 절대 상상할 수 없을 거야.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흔한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하는 그런 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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