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움 11시간전

고심 따윈 넣어두고 일단, 그냥, 먼저 시작하기

완벽주의 성향이 높았던(지금도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아주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지금 생각나는 단적인 예로, 출근 준비에만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모공하나 보이지 않는 매끈한 피부 표현, 한치의 번짐이나 이탈 없는 깔끔한 아이라인과 마스카라, 그날의 기분에 따른 최적의 스타일링, 그리고 헤어까지 만족스럽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한 시간이 모자를 때도 있었다. 특히, 중요한 일정 이를테면 거래처 미팅이나 회식 혹은 소개팅이 있는 날인데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최악의 경우에는 이미 공들여 한 화장을 지우고 다시 한 적도 있다. 누가 보면 엄청나게 중요한 행사의 주인공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차차 알게 된 사실은,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으며, 그렇기에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을뿐더러 나만큼 시력이 좋은 사람이 많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즉, 피부 화장의 그 미묘한 한 끝 차이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한 들 내가 나 자신을  아주 자세히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었기에 그때의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내가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도 삼심 대 후반에 알게 되었는데 내가 가진 기준이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도 매우 높다고 한다.(기질 검사, 성격 검사, 직업 선호도, MBTI 검사를 받으며 나온 진단 결과) 그러니 무언가를 실행하고 행동하기 전까지 어마어마한 준비가 필요했고 이는 많은 에너지를 소진시켰다. 체력도 에너지도 넘치던 젊은 날에는 이런 성향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들 이렇게 산다고 어렴풋이 짐작했고,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었으니 내면을 깊게 돌아볼 필요도, 이유도 당시엔 당연히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을 낳고 나의 욕구보다 내가 해야 할 역할과 의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체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기에 봉착한다. 고갈된 체력으로 하루를 겨우 붙잡고 있던 어느 날, 불현듯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느낌이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왔다. 내 생활은 너무 피로했고 고단했다. 나보다 더 잘 되길 간절히 바라는 두 존재,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두 소녀를 잘 키우고 싶은 열망은 강한 완벽주의 성향을 만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었다. 나는 이토록 작고 빛나는 순간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달라져야 했다.







완벽주의자의 대충 하기 대작전

완벽주의자의 무모하게 시작하기 연습

완벽주의자의 한 치 앞만 보며 살아보기

완벽주의자의 생각 줄이기 대작전

완벽주의자의 만족하기 연습 대작전

완벽주의자의 그냥 시작하기 대작전

완벽주의자, 일탈이 필요해

고심금지 행동부터

고심 따윈 넣어두고

일단, 그냥, 먼저 시작하기

...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순간을 즐기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저질러보자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 이미 제목부터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내 선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의 단어와 문장을 찾아내리라, 나는 또 어느새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채 그 자리에 있다.



그래도 예전에 나에 비하면 나는 정말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계획하며 하나씩 실행 중이다. 내면에 가득한 열의, 열정, 에너지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말 뿐인 사람이 아닌 한 가지라도 일단 실천하는 사람, 꿈만 꾸는 사람이 아닌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사람, 나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기에.





고심 따윈 넣어두고 일단, 그냥, 먼저 시작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