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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Aug 24. 2023

디지털 아빠와 아날로그 엄마

두 세계 사이에서 나를 찾다

 며칠 전 아빠는 얼리어답터라는 글을 썼고 이어 엄마에 관련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어 특별히 몇 자 적어 올리게 되었다.

 우리 집은 사실상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교차로다. 아빠는 세상의 모든 최신 기술을 품에 안고있는 반면 엄마는 옛날의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하고 있다. 두 분 사이의 균형은 사랑스러울 정도로 별하다.


 엄마의 픽업트럭은 한때 엄마의 아이덴티티였다. 가녀린 여자가 몰기에는 투박하고 큰 모델이지만, 엄마는 그 차와 꽤 잘 어울렸다. 새로운 SUV로 갈아탄 후에도 엄마는 차의 모든 디지털 기능을 거부했다. 스마트폰의 원격 제어 애플리케이션이나 통풍시트, 이런 많고 많은 편의 기능들이 엄마에게는 그저 성가시고 의미 없는 취급을 받았다.


 "엄마, 통풍시트 엄청 시원해! 한번 켜봐!"

 "얘, 그거 켜면 자꾸 멋대로 돌아가서 성가셔, 꺼버려. 엄만 그냥 단순한 게 좋아."


 엄마의 자전거도 그랬다. 무단 변속기(기어 변속을 전혀 하지 않아 내가 멋대로 지은 이름)로 운행하며 아무런 기어 변속 없이 그저 페달이 가벼운 한 지점에 고정해 놓고 저으신다. 그게 엄마만의 리듬이었고 그 리듬 속에서 엄마는 행복했다.


 아빠와 엄마는 직업에서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빠는 이동통신사업과 반도체로 세상의 모든 것을 디지털로 연결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신다. 반면 엄마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떡을 빚는 사업체를 운영하신다. 아빠의 빠른 속도와 엄마의 아날로그 감성. 이 둘은 얼핏 보면 상반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두 분은 서로를 완벽하게 보완하며 살아간다.


 나는 그런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자라며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삶을 배웠다(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디지털 쪽에 더 가깝다). 나는 그 사이에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나가고 있다. 아빠의 미래 지향적인 모습과 엄마의 감성적인 면모에서 균형을 발견하곤 한다.


 두 분의 모습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삶의 방식이 있으며 그중에서 어떤 것도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 흑과 백이 존재한다. 느림을 선택하더라도 나는 그에 대한 선택을 존중한다. 나는 엄마아빠, 모두의 방식을 존중하며 그 두 세상 속에서 나만의 또 다른 색채를 찾아나가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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