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토요일 아침입니다. 이곳에선 평일과 다를 것도 없는 일상이지만 혼자라도 기분을 내보려고 아침부터 노트북을 켰습니다. 오늘은 '자연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언젠가는 하려고 마음먹고 있던 주제지만 쉽게 운을 떼지 못했습니다. 하자면 할 얘기야 많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필자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주제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토요일 아침의 상쾌한 기운을 빌어 가볍게 털어놓아 볼까 합니다.
저는 자궁내막암을 자연치유로 다스리고 있습니다. 2019년 연말 진단을 받은 이후로 표준치료(수술, 항암, 방사선)를 받지 않고 자가치료만 하고 있으니 자연치유를 시작한 지도 꼬박 1년이 지난... 걸까요?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원에서 권하는 대로 '자궁적출을 해야 할지, 낮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할지' 치료방법을 고민하며 한 달, 우울증에 허우적거리며 두 달, 자연치유를 공부하며 서너 달, 자연치유의 요법을 적용하고 실패하고 적용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며 반년이 흘렀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제가 결론내린 자연치유란, 우리 몸이 가진 자연회복력을 믿고, 그 힘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런 정의 하에 지난 일 년 간 자연치유를 제대로 수행한 날을 손에 꼽아보자면, 만 한 달은 될까요? 부끄럽지만 그게 제 성적표입니다.
대학병원 암병동을 가본 분들은 그곳의 분위기를 잘 아실 겁니다. 천장 레일을 따라 오가는 정보들, 환자를 호명하는 목소리, 경직된 표정으로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 나를 포함한 모든 환자들이 품어내는 불안과 걱정의 아우라들. 그곳에서는 나는 예약번호 3289. 그곳을 거쳐가는 수백 명의 환자 중 한 명일 뿐이었습니다. 치료방법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궁금한 것을 물어볼 시간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좀 물어볼라 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일정을 변경하는 작은 일에도 담당 직원의 온갖 짜증 섞인 표정과 가시 돋친 말투를 견뎌야 했죠. 물론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수백 명의 환자를 수용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아지만, 대학병원의 시스템은 제 목숨을 의탁하기엔 너무나도 차가운 곳이었습니다. 제가 자연치유를 선택한 것은, 없던 암도 생길 것 같은 대학병원의 분위기도 한몫했을 겁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연치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내 몸의 자연회복력을 믿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30년간 건강한 줄만 알고 이리 데굴 저리 데굴, 한 번도 귀히 여겨준 적 없는 몸뚱아리였습니다. 이제 와서 병이 생겼다고 들어내고 잘라내고 지지고, 없던 일처럼 여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병든 곳이 자궁이 아닌 다른 기관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물론 아이를 낳아보고 싶은 마음, 자궁적출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도 컸습니다. 하지만 둘 다 내 목숨을 지키는 것보다 중한 일은 아닐 겁니다. 해서 저는 표준치료를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는 있습니다. 다만 지금으로선 조금 더 내 몸을 믿어보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입니다.
자연치유를 한답시고 고군분투했지만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치유를 서포트해주실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계신 이 곳, '자연의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자연의원 원장님은 표준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안타까워 방법을 찾다가 자연에서 답을 찾고 15년 넘게 암환자들과 산속에서 동고동락하고 계신 분입니다. 작년 9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내가 있을 곳을 잘 찾아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아과에 온 듯한 기분이었어요. 처음보는 간호사 분들도 친절하고 상냥해 나를 잘 아는 이모들 사이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진료가 끝나고는 지켜야 할 식습관에 대해서만 15분 넘게 안내를 받았습니다. 동행해준 동생은 무슨 이야기를 그리 길게 하냐며 이 산속 의원의 풍경을 신기해했지요.
자연치유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나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었습니다. 무한증식하는게 특기인 암세포가 오늘도 어디선가 버섯처럼 피어난 것은 아닐지,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몸의 작은 통증에도 전이의 두려움에 몸을 웅크리게 됩니다. 저를 걱정하는 주변분들이 애정 어린 염려를 보내올 때면 '내가 진짜 나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자연치유 했다가 악화되면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어깨는 더욱 움츠려집니다.
물론 자연치유를 통한 호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암이 성장을 멈추거나 급진적으로 호전된 사례를 다룬 1000건 이상의 논문을 분석해 나온 책도 있지만 이런 건 간절히 찾는 이들에게나 발견될 정보일 뿐이죠. 저도 그런 기적 같은 사례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일과 하늘의 도우심을 빌어야 하는 영역의 일 사이에서 멘탈을 챙기는 일은 오로지 환자 스스로의 몫입니다.
주류 의학이 법이고 정답인 세상에서 자연치유를 하며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자연치유를 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스무 명의 직원들과, 초빙되는 강사 선생님들 모두 한결같이 우리 몸이 가진 자연회복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회복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녀야 할 생활습관들과 다양한 요법들을 알려주고 그것을 적용해 볼 수 있는 생활환경도 제공합니다. '자연치유'라는 말이 너무 당연한 곳이니 그동안 자연치유를 하면서도 불안해했던 시간들이 무색하고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물론 암을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닙니다. 표준치료를 받고도 재발하거나 병원에서 포기한 4기암 환자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예후를 낙관적으로만 보지도 않고요.
암은 장난이 아닙니다. 한번 만들어진 암 줄기세포는 CT나 MRI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환경만 맞아떨어지면 기세를 확장합니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5년, 10년 후 재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건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병식 원장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암에 완치란 없다. 암은 관리하는 질병이다' 이 말은 경각심과 동시에 희망을 줍니다. 암은 우리가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게다가 표준치료나, 자연치료에서도 원인은 모르지만 줄기세포까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하면 세포가 사멸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입니다. 자연세포처럼 쉽게 사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암세포의 특징이지만 그렇다면 왜 그렇게 자연치유에서 암이 사라진 사례가 많은 걸까요?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창조한 현실을 마주할 뿐입니다.
이곳의 기운을 빌어 이 연사 당당히 외쳐보지만 그렇다고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랫배가 콕- 할 때는 '지금 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즉각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필요한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암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내 몸에 신경 쓰는 방법도, 귀를 기울이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30년 만에 내 몸을 돌보는 법을 배웠으니 배운 대로만 잘 생활하면 암에 걸리기 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암이 없지만 골골한 상태, 암이 있지만 컨디션이 최상인 상태 중에 고르라면 저는 후자를 고를 겁니다. 사실 암세포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서 그렇지 모든 사람 몸에 존재하거든요.
이곳에서 1차 프로그램을 마치며 내린 결론은 암에서 낫는 게 아니라 어제보다 건강한 내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가끔은 외줄타기를 하며 휘청거리는 기분이 들겠지만, 그러면서도 매일 어제보다 건강한 내가 되고 있는지 물을 겁니다. 그 대답이 "YES"라면,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암도 '아 이놈의 주인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하고 짐 싸서 나가주지 않을까요?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듣고 있니?)
우리의 몸은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알맞은 환경이 제공된다면 자연치유력은 더욱 힘을 발휘할 겁니다. 오늘도 힘겹게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계실, 자연치유 중인 모든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자연의원의 평화로운 토요일 아침
ⓒ 커버 이미지
#온전한 #깨어있는
이라는 2021년 목표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세 가지 빛은 몸과 마음, 영혼의 온전함과 조화를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