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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은의 Beyond Insight Mar 19. 2017

눈부시게 찬란했던 촛불의 순간들 (2)

쉰네 번째 지난주


 

 그리고 촛불은 새해를 맞이한다.








눈부시게 찬란했던 촛불의 순간들 (11차 ~ 20차)


· 2017년 1월 1일 박근혜 전 대통령 신년 기자간담회
· 2017년 1월 2일 JTBC 덴마크 현지 정유라 씨 체포 조력 및 취재 
· 2017년 1월 3일 헌법재판소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대통령 불출석


11차 집회 _ 2017년 1월 7일


 11차 집회는 세월호 1000일을 기리며 치러졌다.  


 광장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합창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희생자를 기리며 하늘로 1000개의 풍선을 날려 보냈다. 정부종합청사 위로 떠가는 풍선이 마치 세월호를 닮아 있었다. 


 행진의 시작이다!


 "세월호 7시간, 이제는 밝혀라!"


 항상 자발적으로 수고해주신 통인동 커피공방에 "천일은 너무 길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집회 내내 무거운 마음과 분노가 어지럽게 공존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마음을 천일이나 지녀왔다는 것이다. 새해에도 힘을 내어 촛불을 들겠다고 다짐한다. 




· 2017년 1월 9일 세월호 1000일
· 2017년 1월 10일 특검 '제2 최순실 태블릿' 확보
· 2017년 1월 12일 헌법재판소 4차 변론기일, 이영선 행정관 출석 '모르쇠' 일관


12차 집회 _ 2017년 1월 14일


 촛불을 들었던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지만, 12차 촛불은 두 가지 이유에서 선연하다. 하나는 무료로 초를 나누는 분들을 도와 초 나눔에 참여해보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엄청나게 추웠다는 것이다. 아마 20차 중 12차 집회 날이 가장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를 모두 나누고 빈 비닐들을 보니 뿌듯했다. 소중한 경험을 공유해준 봉사자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행진 대열에 합류한다.


 행진은 종로를 지나 명동으로 향한다.


 촛불은 부정한 권력의 퇴진 이외에도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에 관해 소리 높였다. 권력농단과 사드 배치 등 주요 사안에 빠지면 섭섭한 어느 대기업의 백화점 앞에서 촛불을 밝혔다. 




· 2017년 1월 1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 최순실 출석
· 2017년 1월 19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 2017년 1월 19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 정호성 출석


13차 집회 _ 2017년 1월 21일


 13차 집회 때는 눈이 내렸다. 광장은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채, 촛불을 맞이했다.


 어떤 다짐은 선명하게 빛난다. 


 누군가 눈에 촛불을 밝혀 두었다. 촛불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간다.


 무료로 따듯한 차를 나눈다. 따뜻한 마음도 나눈다.


 눈이 내린 차가운 광장 바닥임에도 촛불들은 의연하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로 힘이 되고 있었다.


 행진의 시작이다!


 행진 대열은 익숙한 자하문로를 지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펑펑 내린다. 추위도 눈도 그저 촛불의 친구였다.




· 2017년 1월 22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 구속
· 2017년 1월 25일 최순실 특검 출석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 “염병하네!”) 
· 2017년 1월 25일 박 전 대통령 정규재 TV 인터뷰


14차 집회 _ 2017년 1월 28일


 최순실의 기이한 외침 이후 터져 나온 통쾌한 외침의 주인공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담담하게 당시를 회상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무대 위에는 일시적으로 유명세를 탄 일반인이 아닌, 문제의식을 지닌 청소 노동자가 서 있었다. 촛불은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무대를 통해, 삶터의 문제를 공유하게 했다.


 그리고 계속 뜨겁게 타올랐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 브로콜리 너마저 <졸업> 중


 이맘때부터, 시청 방향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옮기지는 않겠다.




· 2017년 1월 31일 헌법재판소 박한철 소장 ‘신속 당부’하며 임기 종료, 헌재 8인 체제
· 2017년 2월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대선 불출마 선언 
· 2017년 2월 8일 청와대 특검과의 대면조사 협상 중단 선언


15차 집회 _ 2017년 2월 11일


 광장으로 나서며 행진 대열과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합류했다가, 1박 2일 동안 이어진 걸음이라는 말씀에 송구스러운 생각이 들어 얼른 빠져나왔다. 가까이서 함께 구호만 외쳤다.


 이번 정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한 언론사가 1박 2일 동안 이어진 행진을 담는다. 감사한다.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에 차량 통제가 이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분들이 모였다.


 지인의 결혼식 참석차 오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고 광장을 나섰다. 하지만 광장으로 향하는 수많은 발걸음을 보며 안도했다.




· 2017년 2월 14일 北 김정남 말레이시아에서 피살
· 2017년 2월 16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후 변론 24일로 결정 
· 2017년 2월 17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


16차 집회 _ 2017년 2월 18일


 몸 관리를 잘못한 탓으로 몸살이나 몸져누웠다. 이 때문에 촛불에 함께하지는 못하고, 뉴스와 SNS로 소식만 전해 들었다. 미안한 마음에 그 주의 <지난주>는 광장 밖에서 바라본 촛불에 관해 썼다. 슬쩍 봄기운이 느껴지기에, “봄이 오는 풍경”이라 이름하였다.


봄의 자리를 위해 퇴장할 것을 명하는 레드카드가 선연히 펼쳐짐을 계속 바라보았더니,
그것이 레드카드인지 진달래인지 영산홍인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더라! 나는 도무지 모르겠더라!


https://brunch.co.kr/@taeeunlastweek/50




· 2017년 2월 19일 대통령 측 대리인단 탄핵심판 기일 1주일 연기 요청
· 2017년 2월 2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일을 24일에서 27일로 사흘 연기
· 2017년 2월 22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 구속영장 기각


17차 집회 _ 2017년 2월 25일


 봄기운을 느낀 것이 나만은 아니었다. 조금은 가벼워진 옷차림의 촛불들이 하나둘씩,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깃발들이 봄꽃처럼 흐드러졌다.


 한 주를 쉬었음에도 광장의 목소리는 여전하고, 단호하다.


 어둠이 내리자, 꽃 한 송이 피어났다.


 그리고 행진이 시작되었다.


 "범죄자를 구속하라!"

 

 "박근혜를 탄핵하라!"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퇴임 이전에는 선고가 날 것임이 확실시되자, 통인동 커피공방은 디데이를 내걸었다. 조금씩 끝이 보였다. 걸음에는 힘이 붙었다. 




· 2017년 2월 2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불출석 결정
· 2017년 2월 27일 대통령 측 대리인단 최종 변론서 '탄핵사유 부인' 
· 2017년 2월 28일 특검 종료, 최순실 공소장에 뇌물죄 '박 대통령 공범' 명시


18차 집회 _ 2017년 3월 1일


 토요일이 아님에도 공식 집회가 열렸다. 삼일절이었다. 마침 봄비가 내렸다. 하지만 촛불을 막을 수는 없었다.


 우산들 속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 광장을 수놓았다. 


 그렇게, 내리는 빗속에서 행진이 시작되었다.


 태극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삼일절이었다. 촛불과 함께 들려진 태극기에는 노란색 리본이 걸렸다. 




· 2017년 3월 1일 헌재 재판관 사실 관계 검토 끝, 평의 본격화 
· 2017년 3월 3일 특검 총 6만 쪽 분량 수사 자료 전부를 검찰에 인계
· 2017년 3월 3일 한국 갤럽 여론 조사, “특검 잘했다” 61%, “탄핵에 찬성” 77%


19차 집회 _ 2017년 3월 4일


 광장의 중앙에는 세월호가 있었다. 힘이 들 적마다 리본이건, 풍선이건, 조끼를 보며 다짐을 단단하게 했다. 부디 이 촛불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기만을 바란다.


 "올바른 민주주의 대한민국"


 꽃

 

 끝이 보였으나, 촛불은 방심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리고 행진의 시작!


"탄핵!"


 언제나 반갑고 고맙고, 그래서 미안한 통인동 커피공방에는 "D-9"가 내걸렸다.


 왜인지 마지막이 될 것만 같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 2017년 3월 6일 특검 수사 발표, 5개 범죄사실에 걸쳐 박 전 대통령 '공모자'로 적시
· 2017년 3월 6일 사드 발사대 오산 기지 도착
· 2017년 3월 11일 헌법재판소 만장일치 탄핵 인용


20차 집회 _ 2017년 3월 11일


 고민 끝에 마지막 촛불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본래 뒤풀이를 즐기지 않는 삐뚤어진 성격과 할 만치 했다는 오만함과 이제는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욕심이 아무렇게나 뒤섞였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는 없으나, 인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 중에 돌아가신 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습관처럼 광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애써 돌렸다. 저녁 무렵 기사와 SNS 보았더니 더없이 아름다운 축제와 축하의 장이 펼쳐졌더랬다. 모두 정말 수고 많으셨다.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났다.


*







승리의 기억을 지닌 세대의 탄생    

 

 정말 봄일까? 진정한 승리일까? 가능한 의문들을 알고 있다. 질문들은 아직은 끝이 아니며, 따라서 경계 태세를 늦출 수 없음을 주지한다. 맞는 말이자, 적확한 지적이다. 여전히 범죄자는 은폐를 위한 수를 짜고 있고, 수사의 칼자루를 쥔 자들과 앞뒤가 똑같은 이름의 공모자는 이해를 공유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동자를 지지한 정치인들이 또 한 번 기회를 달라며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되, 완전한 봄은 아니다.     


 그러나! 이 성과의 유례없음을 떠올려보라! 얼음을 깨고, 또 깨어나가며 결국 결실에 이른 숱한 순간을 기억해보라! 우리는 이를 기리고 함께 환호할 필요와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더없이 평화롭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범죄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그렇게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출연을 반갑게 맞이해야 한다. 봄은 왔다. 하지만 계절이 그렇듯, 다시 또 겨울은 올 것이다. 그러나! 이 값진 승리의 경험은 다음 겨울에도 이길 수 있다는 호연지기 이전에, 함부로 우리의 겨울을 이토록 혹독하게 만들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로 작동할 것이다. 승리의 기억을 지닌 세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 기억 이전과 이후는 같을 수 없다. 우리는 어느 계절이건, 포기하지 않는다. 





감사의 인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집회에 참석하며 이내 당연한 듯 여기게 된, 무대와 공연과 행진들……. 이 모두를 기획하고, 준비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의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더불어 크고 작은 무대를 빛내어준 문화예술인과 용기 있게 자유발언에 나서주신 시민들,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던 청소년들, 무료로 초와 차를 나누어주신 분들, 화장실을 개방해준 분들과 전반적인 관리를 맡아준 서울시, 안전을 위해 수고해주신 구조대원과 경찰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과문한 탓으로 빼먹은 이름자가 있을 것입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저는 이토록 눈부시게 찬란했던 촛불의 순간들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수많은 촛불 중 하나였음을 평생의 자부심으로 간직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몸과 마음으로 켰던 촛불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함께해서 더없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커버 이미지 및 *

 - 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2017년 3월 11일 자, “탄핵 인용의 축폭” 

 - nocutnews.co.kr/news/474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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