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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딘이 Jun 11. 2024

임신 시도가 1년을 넘어가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실패한 시험관, 임신을 원하는 시기에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전에 병원에서 임신 여부를 알수 있는 피검사를 진행한 후 오매불망 병원에서 오는 전화만 기다리고 있었다. 3시간 뒤에 걸려온 전화기 너머 따뜻하고도 담담한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 "비임신으로 나오셨어요." 믿기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살펴봤던 착상이 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 대부분이 일치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피검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임신이 안 된게 맞겠지. 시험관은 확률이 높다고 하던데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나보다. 온 몸을 다 아프게 만들었던 시험관이 결국 실패로 끝을 맺은 거였다.


결과를 듣자마자 이렇게나 우울감이 밀려오는 걸 보면 아침에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약간 희망을 품고 있었나보다. 저번에 인공수정 1차만에도 성공을 했었으니까 (비록 계류유산됐지만.) 그래서 시험관도 1차만에 성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인공수정도 됐는데 시험관은 그거보다도 더 확률이 높았으니까 말이다. 양가 부모님들을 비롯해 친구들까지도 이렇게 내 임신을 기다리고 응원해주고 있는데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의 전화를 받자마자 근거없이 치솟았던 자신감은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착상일거라 믿었던 증상들은 생리 전 증후군일 뿐이었다. 


비임신을 확인받을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임신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많다. 이번에는 유독 심하다. 그러니까 이제 진짜 임신을 시도한 지 1년이 넘었으니까 이러다가 영영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특히 오늘 같이 시험관이라는 높은 확률에 배팅을 하고 실패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1년이 이렇게 빠르게 어영부영 지나버렸으니 이렇게 2년, 3년이 가버리는 건 일도 아니겠다 싶다. 


원하는 순간에 바로 임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난임 병원, 난임 커뮤니티에는 임신을 간절히, 정말 눈물나도록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대조적으로 얼마 전 우연히 본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결혼지옥'에서도 갑자기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결혼한 커플들이 갈등을 겪는 모습이 나온다. 


임신 극초기 증상을 설명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면 댓글창에는 양극단을 이룬 사람들의 진풍경이 펼쳐져 있다. 한 쪽은 모든 증상이 일치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임신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댓글(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의 피임 성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또 한 쪽은 임신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댓글이다. 아이러니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간절히 바라고 원해도 생기지 않는데, 누군가는 너무나도 쉽게 한 순간의 실수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삼신 할머니, 당신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아기를 점지하는 겁니까!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할 수 없다면 임신 확률을 높이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바로 난임 시술이고,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나같이 아이가 간절한 사람 입장에서는 높은 확률이 있다고 하니 그걸 믿고 시도해보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그 시도가 나에게는 조금 비인간적으로 느껴지기는 한다. 시술 방식이 예비 산모의 건강보다는 아직 생겨나지도 않은 태아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데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예비 산모가 겪는 몸의 이상은 사실 '엄마가 되기 위해 참아야하는 것' 정도로 상대적으로 가볍게 간주된다.


그렇게 임신하기 좋은 몸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원래 몸은 망가지는 것을 느낀다. 역설적이게도 시술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임신은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맞는 주사와 약물의 양은 늘어나고,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심해지는 느낌. 이런 환경을 앞으로도 기약없이 견뎌야 한다면 과연 건강한 아기가 나에게 진짜 찾아올 수는 있는 걸까? 


그래도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래서 차라리 불안한 상태로 있느니 몸이 망가지더라도 이것저것 해보는 길을 택한다. 최소한 내가 무언가 노력은 하고 있다는 그 자체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다. 마치 진짜 공부의 원리도 모르면서 학원에 가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꾸역꾸역 출석해 교실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불안이 해소되고 문제가 해결되면 참 좋으련만


그런데 그렇게 내가 열심히 병원을 왔다갔다하고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이게 빨리 끝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결국은 또 몇 달을 쉬어가기로 하는 결정을 내린다. 당장 병원에 방문한다면, 의사 선생님은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추천할 것이다. 의학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권유할 것이다. 선생님은 잘못이 없다. 임신이 간절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내 상태를 알고 걱정하는 것은 나의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은 한 달을 더 쉬어보기로 한다. 아직 시험관의 여파에서 내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진짜 조급함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회복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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