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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딘이 Jun 05. 2024

나도 모르게 자꾸 임테기에 손을 댄다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간다

임신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임테기. 그러니까 임신테스트기의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 특히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같은 시술을 받고 난 후라면 더 그렇다. 어차피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확실히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미리 해보고 싶은 것이다. 혹시라도, 흐리게라도, 두 줄을 보게 될까 싶은 마음에.  


시험관으로 3일차 동결 배아를 이식한 지 오늘로서 딱 일주일이 지났다주변의 후기를 찾아보니 일주일 된 시점부터는 뭐가 나와도 나올 확률이 높다고들 했다. D+7부터라도 임테기를 하면 흐릿하게나마 두 줄이 보이는 사례들도 많다고 했다.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싶었다. 물론 2줄이 나와도, 나오지 않아도 병원에서 피검사를 제대로 받아보기 전까지는 임신을 확정지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만 말이다.


어차피 피검사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로 임테기에 2줄이 나왔어도 임신으로 판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피검사를 했을 때 수치가 너무 낮거나, 더블링이 안돼서 자연유산 되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임테기를 너무 일찍 한 탓에 임신이 아닌 줄 알고 기대를 버렸으나 피검사 후 임신인 걸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니까 병원에서 제대로 피검사를 하고 수치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데도 굳이 또 한 번 임테기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임테기의 유혹이 강한 이유는 뭘까. 일단은 임테기의 가격이 꽤 저렴한 편에 속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만큼 쉽게 테스트해볼 수 있으니까. 물론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임테기의 경우에는 한 번 테스트할 용도 치고는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나에 7~8천원 정도 한다. 그래서 이거 말고 '원포 임신테스트기'라는 게 있다.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제품인데 한 박스 안에 임테기가 여러개 들어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회용 임테기와 달리 원포는 테스트지가 여러 장 들어 있어서 집에서도 간편하게 며칠 연속으로도 검사해볼 수 있다. 


임테기의 유혹이 강한 두 번째 이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사실 임테기의 가격적인 요인보다 이게 더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임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기 때문에 좋은 소식이라면 하루 빨리 알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연 아기가 찾아왔을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  


인공수정을 경험하고 레슨런을 얻었는데도 여전하다


시험관을 시도하기 전에 인공수정을 했었다. 그때는 정확히 2주가 지난 뒤에 피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피검사를 기다리는 기간 동안 임테기를 해본 적이 있었다. 수정 후 10일차였는데 조금 이르기는 했지만 커뮤니티에서 일주일만에도 흐릿하게 두 줄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시도해봤다. 그런데 너무나도 선명하게 나와있던 한 줄. 상심한 마음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이번에는 안됐나봐. 인공수정이 처음이라 확률이 많이 낮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한 줄짜리 임테기를 마주하니 실망감이 컸다. 남편에게 푸념만 실컷 늘어놓다가 마음을 정리하고 출근하기로 했다.  


그리고 2주째가 되던 날, 피검사를 받으러 가는 발걸음은 상당히 가벼웠다. 가채점으로 시험 점수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성적표를 받으러 가는 학생의 기분이었달까. 그래, 이번에는 워밍업이었고 다음이 진짜야.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훌훌 털어버리려고 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간호사 선생님이 "임테기는 해보셨어요?"라고 하는데 그냥 멋쩍게 웃으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은 10일차에 해봤는데 한 줄이었다고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임신 종료와 다음 임신 시도를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서 피검사를 마무리하고 회사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 근무하고 있는데 피검사 결과를 알리는 병원의 전화가 왔다.


당연히 임신이 아닐 줄 알고 있었으나 피검사 수차가 80대로 꽤 높았다. 병원에서는 임신이라고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정말 뛸 듯이 기뻤는데 결국에는 더블링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태아의 발달도 너무 느려서 유산이 되고 말았다. (여전히 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마음이 아픈 것 같다.)


그렇게 또 테스트를 해보고 결국은 후회를 했다


그렇게 뼈저린 레슨런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하는 테스트가 어떤 답도 명확하게 주진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임테기를 해보고 싶었다. 갈팡질팡하는 마음 속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임테기를 집어들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결과는 너무나도 명확한 한 줄. 매직아이(임신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쓰는 말. 임테기를 엄청나게 뚫어져라 쳐다보면 나머지 한 줄이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은)로 봐도,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너무나도 선명한 한 줄이었다. 아 이번에도 아닌 건가. 분명 증상은 있었는데 진짜 이상하네. 시술을 받고 온 날부터 며칠간은 감기가 걸린 것처럼 몸이 으슬으슬했고, 요 며칠 간 배도 땡기고 아팠는데. 유독 피곤하기도 했고. 사실 생리 예정일이 얼마 안 남기도 했는데 그 증상이 모두 임신이 아니라 생리 전초전이었던 것일까 싶었다.


결과적으로 괜히 해봤다 싶었다. 그냥 참고 있다가 병원에 가서 검사나 받을 걸. 마음속으로 괜찮다고 아직 모르는 거라고 다독이고 출근길에 나섰지만 결국에는 또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아닐 확률이 더 높아진 것 같아서, 그리고 왠지 이번에는 아닐 것만 같아서였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임테기는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써본 적도 없고, 써볼 일도 없기를 바랐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결혼할 계획이 없는 미혼 여성이 임테기를 써야하는 순간이 온다는 건 인생의 혼란이 펼쳐진다는 걸 의미했다. 그래서 멀리하면서 쓸 일이 없기를 바랐던 물건인데, 결혼 후 이렇게 많이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임테기에서 2줄을 보는 게 이렇게 간절해질 지도 몰랐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른다


사실 임테기가 1줄을 보여주는 것도 절망스럽지만, 2줄을 보여준다고 해서 걱정을 놓아도 된다고 말할 순 없다. 이후에 진행되는 피검사에서 계속 안정적인 더블링 수치를 보여주고, 또 아기집이 잘 보이고 아기의 심장도 잘 뛰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산을 한 번 경험하고 나서 느낀 두 번째 레슨런이다.) 그러니까 이래도 걱정이고 저래도 걱정일거라면, 그냥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을 그대로 두며 다른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는 게 신상에 이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며칠만 더 버티면 또 피검사의 날이 올거고, 그러면 그때 또 어떤 결과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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