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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시스 Ohasis Oct 30. 2022

올 가을의 할 일은 누군가의 그늘을 찾는 일

소설 '밝은 밤'을 읽고

어떤 말은 듣는 순간 영원히 잊히지 않으리라는 걸 안다. 순간으로 영원을 사는 사람에게 그 말은 모진 말이 아니라 따스한 말이어야 한다. 그 말을 껴안고 살아가야 한다.

몰아세우는 말을 듣는 것에 익숙해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이마저 잔인하지 않았으면. 상처받을까 겁나는 마음에 먼저 상처 받는 걸 택하지 않았으면.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용인하지 말았으면. 

애정없는 말과 행동의 숨겨진 의미를 찾는 데에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았으면.

상처받기 싫어 사랑으로부터 도망치는 마음은 얼마나 질기고 괴로운 것일까.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를 느끼고 싶지 않아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을 택하는 마음은 얼마나 쓰라린 것일까. 시간이 약이라며 곪고 있는 상처를 외면하지 않기를.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어떤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기를. 비슷한 사랑을 주지 못할까 앞선 걱정에 체념하지 않기를.

흘러나오는 슬픔을 악착같이 숨기려 하지 말고 들켜주기를. 알아주지 않는 마음에 지레 실망하지 말고 어떻게 다가가야 동정으로 느끼지 않을까 재고 있는 마음임을 알기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근거를 찾아다니지 않기를. 지구를 떠나는 순간에 스쳐가는 파노라마가 촘촘한 사랑의 기억으로 엮이기를.

작은 서글픔이 서린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아리다. 소설은 그렇다. 부서지는 아픔을 생생하게 설명하지 않고 휘어지는 눈을 보면서도 같이 울게 만든다. 조금 더 달아오른 마음으로 오지랖을 부리고 어떤 이의 그늘을 찾아다니게 한다. 나는 상처를 받는 것보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며 상처받는 마음을 보고서도 무뎌지는 것이 두렵다. 이 모든 말은 서러운 마음에 온기가 스미길 바라는 울음섞인 기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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