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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UNIQUE Jul 12. 2020

[밴쿠버] 슬기로운 취미생활: 사진 찍기

파머스 마켓에서 찰칵



나의 데스크탑 컴퓨터에는 62,951장의 사진과 1,103개의 비디오가 저장되어 있다. 백업을  때가 한참 지난 휴대폰에는 7,843장의 사진이 있고, 지금 켜기 귀찮아서 확인하고 싶지 않지만 노트북과 외장 하드에도 역시 어마무시한 양의 사진들이 빛을 발하지 못한  켜켜이  익은 김치처럼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 처음 24장의 사진만 찍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넣게 된 것은 생생하다. 때는 2002년, 한창 홈쇼핑에서 "핫"한 아이템이 바로 소니 디지털 카메라였다. 그 이후로 필름 카메라는 서서히 잊혀 가고, 찍은 사진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이토록 혁명적인 기기의 길로 뒤도 돌아볼 새 없이 갈아타게 되었다.



처음 내 돈을 주고 구입한 렌즈 교환식 DSLR 카메라는 캐논 450D였는데, 캐나다에 이민 온 2010년 때 즈음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중고로 나름 저렴하게 구매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었다. 지금 팔려고 하면 10불도 안 나오는 껌 값이 되어버렸다는... 그래서 팔지도 못하고 서랍 어디인가에서 먼지만 켜켜이 마시게 버려두고 있다. 그래도 그 카메라와 줌이 없는 50mm 단렌즈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일상을 기록했고, 2012년 뉴욕 여행 때 찍은 사진들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음에 드는 탑 10에 든다.







그때 찍은 뉴욕 사진들로 쓴 브런치 글: https://brunch.co.kr/@beyunique/12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어떤 걸까. 요즘처럼 누구나 휴대폰으로도 고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 '사진작가 (포토그래퍼)'의 경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모호해졌다. 밴쿠버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무수히 많은 포토그래퍼들을 만났는데, 어떤 이들은 팬시한 카메라 없이, 휴대폰 하나로 전문가 못지않은 예술적인 사진들을 찍어내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장비와 성능에 관계없이 단순히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사실만으로 자신을 포토그래퍼라 칭하던 사람들도 있었으며, 어떤 사람은 10,000불 (거의 천만 원에 육박하는) 짜리 기기를 가지고 있어도 거지 같은 사진들을 찍어내 나를 경악시키기도 했다.



잘 찍은 사진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의 정의는 구도와 색감, 그리고 빛에서 오는 듯하다. 좀 더 풀어 말해보자면, 보는 눈이 편안할 수 있는 안정된 구도와, 시선을 끄는 색감, 그리고 빛만 잘 곁들여도 좋은 사진이 탄생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믿는 바이다. 그렇다면 좋은 구도와 색감은 어떻게 탄생하고 빛은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나는 평소 외출할 때마다 카메라를 챙겨 다닌다. 다니는 곳곳에서 어떤 순간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 일상적인 순간의 포착인 것도 있지만,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일상의 모습을 찍는 것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연습방법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오늘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파머스 마켓(한국어로 하면 농산물 직판장 정도 되겠지만 굉장히 힙스터스러운)을 갔다가, 작년 겨울의 끝자락 즈음, 푸드 포토그래퍼 친구와 갔던 겨울 파머스 마켓에서 찍은 사진들이 떠올랐다. 디지털 카메라의 폐해(라고 쓰고 내가 게을러서라고 읽는다)는 사진을 찍는 게 너무 쉬워진 탓인지, 좋은 사진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된 공간 안에서 잊히는 순간들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다행히도 그때 찍은 487장의 사진을 솎아내고, 가벼운 보정을 거쳐 이 곳 브런치에 공유해 본다.







형형색색의 직영 농산물들은 보통 슈퍼마켓에서 파는 야채보다 색감이 뛰어나서 사진 찍기 좋다 :)



남미 식 크레페를 만드는 과정



햇볕이 좋아서 사진을 찍기 좋았던 겨울 끝자락의 파머스 마켓


베이컨을 굽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밤 11시인데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푸드 포토그래퍼인 친구 집에서 찍은 사진들


보라색 감자와 야채들을 준비하고 달걀을 익히는 모습



친구가 정성스레 준비해 준 브런치~ 음식 사진작가라 그런지 플레이팅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푸드 포토그래퍼의 집에는 많은 소품들이 있어 사진 찍기 좋다.






형형색색의 야채들이 가득한 파머스 마켓과 예쁜 소품들로 가득한 푸드 포토그래퍼의 집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니, 장소 및 피사체도 사진의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진 찍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아닐까.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하지 않았던가.





밴쿠버 파머스 마켓 정보

Vancouver Farmer's Market: eatlocal.org




Written & Photographed by

BEYUN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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