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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림 Mar 01. 2024

젊은 세대의 상실된 건축학 개론,
그리고 집

‘한강 뷰(view) 아파트’가 내가 꿈꾸는 집이다

요즘 젊은 세대가 꿈꾸는 집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니(jinny), 어떤 하루의 일기장을 넘긴다.

지니는 건축학, 건축디자인을 직업으로 삼고, 건축설계 사무소에 출근한다.

주로 상업건물의 설계와 시공을 취급하나 요즘은 돈 많은 사람들의 단독주택도 설계하고 시공까지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연휴에 만난 친구들의 수다 속에서 

“이루고 싶은 로망과 살고 싶고 갖고 싶은 집에 대한 소망들”을 들어본다. 


과연 젊은 세대가 꿈꾸는 집은 어떻게 달라졌나!

요즘 그녀와 같은 MZ세대인 20대 중반인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인 그들에게 “향후 이루고 싶은 소망”에 대해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한 친구는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거나 작은 아파트라도 장만하겠다”라고 대답한다.

다른 친구는 뭐! 여유가 있다면, “강남이 가까운 ‘한강 뷰인 아파트’”라고 서슴없이 말한다고 한다. 

한 남자친구는 “우리와 같은 젊은 세대의 꿈은 남자라면 슈퍼 카 갖기”라고 한다. 

어떤 친구는 “난 명품 옷이나 가방이나 해외여행 자주 가기”라고 한다. 

지니는 ‘한강 뷰가 보이는 펜트 하우스나 최상층 아파트”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친구 모두가 한참 생각하더니 모두가 고개가 끄덕인다. 


 우리의 소망인 집, 아파트는 그 세대를 살아가는 삶의 대한 공간욕망을 드러낸다. 

세대 간 공간욕망을 드러내는 '집'에 대한 로망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세상이 많이 달라진 만큼 선호하는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체계도 세대 차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한참 전인 아빠세대는 빨간 벽돌의 2층 양옥집이었다. 

그 시절만 해도 아마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일반적인 주거환경이 아니었고, 당시엔 그런 곳에 살아본 사람도 많지 않았다. 

당연히 아파트가 젊은 층의 로망이 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답답한 닭장이나 성냥갑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당시 젊은 세대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갖기를 꿈꾸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시절에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 꿈은 당연히 단독주택을 갖는 것이었다. 

2층 양옥집은 당시 중산층의 상징이었으니까. 

“빨간 지붕의 양옥집으로 “정원에는 꽃도 심고 장미를 가꾸고, 그리고 자가용도 사겠다”라는 

미래의 포부를 가졌을 것이다. 

막 여의도나 압구정, 잠실의 아파트 개발이 시작되던 시절이었으니까.

우리와 같은 젊은 세대는 투자 가치가 있는 부동산을 아파트와 동일시하고 주택 가운데 아파트만 편식하는 세대이니 오죽하겠는가!

젊은 세대의 투자 세계에선 흔히 “인생은 한강 물, 아니면 한강 뷰(view)”라는 말이 있다. 

코인 투자해서 망하면 한강 물에 뛰어들고, 성공하면 한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갖는다는 뜻이다. 

그들의 주거 로망인 집으로 한강 조망 권인 아파트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분명하다. 

한강 변 아파트 가운데서도 꼭대기 층의 펜트하우스가 주거 욕망의 정점일 것이다.

욕망의 꼭대기는 한강 뷰인 아파트로 바뀌었을 뿐, 그 욕망은 앞으로도 크게 변치 않은 것 같다.


 집에 대한 욕망과 사회적 계급은 어느새 “어느 동네에 사는 가”에 따라 구분되지만, 

집의 위상도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를 반영하는 집의 풍경은 주거의 위계질서를 상징한다.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과 빈층’이 각각 사는 공간으로 가진 자의 공간과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공간으로 구분된다.

대저택의 정원이 따린 지상 집, 닭장 같이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 반 지하 연립주택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하에 사는 사람은 반지하로 올라가고 싶어 하고, 반지하에 사는 사람은 지상으로 탈출을 꿈꾼다. 정원이 딸린 대저택을 부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주거 공간이 생태계의 최정상으로 설정한 것 같다. 

그 세대의 집에 대한 인식으로선 충분히 이해된다.

젊은 세대의 한탕주의식 투자 관념을 보여주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사실 집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한강 뷰 소수의 공통주택을 더 주목하고 싶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반지하와 대비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저택은 누구나 살고 싶은 이상향적 공간일까? 

가령 젊은 세대라면 분명히 주거계급을 아마도 정원이 딸린 대저택이 아니라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인 펜트 하우스를 선택했을 것이다.

이젠 '집은 수직 공간을 통해 상징적으로 주거계급'을 보여준다. 

모든 지역의 문화 특성은 대부분은 건축물에서 나타난다.

건축물에서도 집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공간으로 그려진다. 

집은 비바람, 더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보이는 사회적인 공간이자, 

외부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상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듯 전통적인 의미에서 집은 삶을 위한 공간이지만 

이젠 ‘집은 삶의 장소 라기보다는 숨어 사는 도피의 공간’인 듯하다. 

이처럼 집은 그 세대의 공간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한다.

누가 어떻게 이들을 위한 새로운 멋진 집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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