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도 꽃필 날 있을까”
이미 가을도 바로 곁에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왔다.
아침, 저녁이면 시린 손끝이 말해준다.
여름의 마지막을 재촉하는 세찬 바람과 거친 비가 종일 내리고
오랫동안 내릴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밤새도록 내리곤 오늘 아침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쳤다.
거친 빗 줄기가 비가 가져다준 옅은 초록 잎들은 이미 짙은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다.
오랜만에 지방에 교육이 있어 왔다.
장소가 공공기관 교육원이지만 믿어질 않을 만큼 잘 가꾸어진 연수원 정원에는
각종 화초들이 자신의 외모를 자랑하듯 늘어져 피여 있다
그중에서 유난히 눈을 사로잡는 꽃이 있다.
백합과에 속하는 늘어진 하얀 꽃을 피운 녹색 줄기를 가진 옥잠화라는 꽃이다.
8월 중순부터 9월이 한창이고,
꽃말에는 <기다림, 원망>이라고 붙어 있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와야 약간의 미묘한 달달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청초한 흰색의 외모와 늘씬하게 늘어져 누운 고은 자태에서는 고혹함(gorgeous)을 뽐낸다.
이제는 은퇴한 노령의 시인이 읊은 시 구절이 생각난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이 옥잠화는 미묘한 꽃 향기는 가까이 가야만 그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오래 보고 있어야 하고, 가까이 다가야만 그 아름다운 자태를 느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꽃들의 색은 변한다.
이 계절의 변화는 바람의 세기, 햇살의 크기에 따라 변한다.
하루의 시간변화에 따라 그 색들도 변한다.
그 무엇보다도 여름을 지난, 가을의 색 변화에서 두드러진다.
어제와 다르게 진하던 녹색 꽃의 잎줄기 가장자리엔 어느새 옅은 갈색 빛이 물들어 있다.
한옥 풍 테라스(terrace) 한견에서 멍하니 커피 한잔에
자연이 주는 따스한 햇살과 가벼운 꽃 향기를 즐긴다.
가벼운 이 향기들이 기분을 바꾸고,
싱그러운 꽃 향기에 교육 내내 옥잠화에만 눈길이 간다.
하루가 다르게 계절의 색은 변한다.
삶의 시간은 이미 가을을 성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나 역시도 꽃필 날 있을까” 하는 마음을 안고서
옥잠화의 꽃말처럼 <기다림에 원망하는 마음으로>
계속 그 꽃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