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서다
어릴 때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골목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낮은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던
어미들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달짝지근한 밥 냄새도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도 사라졌다.
나뭇가지를 땅끝까지 내리 우고
달콤한 과육을 통째로 내어주던 감나무도
이제는 담쟁이넝쿨에 잠식당했다.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고무줄 하던 계집애들,
슬쩍슬쩍 곁눈질로 다가가
고무줄 끊고 달아나던 코흘리개 남자애들도
이제는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사라진 골목에는
주인 없는 개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낯선 이방인을 경계한다.
지금은 어디서
자신을 꼭 닮은 자식을 낳고
무거운 세월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내 동무들에게
바람에 실어 안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