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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숙 May 12. 2023

다 잘될 거예요

병원단상

"진료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자에 걸음이 더 빨라진다.  메슥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기차에서 내려 전철 두 번을 갈아타고 정신없이 걸어와 10분 전에 도착접수 완료. 담당교수 대기 전광판에 '47분 지연' 글자가 보인다. 그제야 '휴'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대기의자가  빼곡하다.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 있는 이들. 한겨울 솜바지를 입고 휠체어에 앉아 다소곳이 분홍 대기표를 쥐고 있는 사람. 삶의 보따리를 풀어보면 갖가지 사연을 품고 있을 그들의 하루가 왠지 노곤해 보인다.

 

어떤 이는 검사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초조할 것이고 혹자는 수술경과를 듣고자 왔을 것이다. 한 사람씩 번호와 이름이 불릴 때마다 딴 세상을 향해 걸어가듯 문 속으로 사라진다. 그들의 대화와 표정을 상상해 본다. 잠시 화장실을 간 건지 간호사가 부르는 이름하나가 허공에서 떠다닌다.

 

병원에 올 때마다 이곳에는 아픈 사람이 참 많구나 새삼 실감한다. 당연한 사실인데도 늘 새롭다. 근처에 소아과병동이 있는지 진료실에 오는 동안 민머리에 모자를 쓰고 휠체어를 탄 모습을 여럿 만난다. 안쓰러운 마음에 그들의 완쾌를 기도한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라고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잊고 사는 날이 많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설마 나는 예외겠지라고 믿는다. 피곤에 몸부림치는 몸을 보살피는 일에도 당연히 소홀하다. 그저 별거 아닐 거라 여기며 앞만 보며 내달리는 것이다.  어느 날, 몸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원망하는 마음에 불면의 밤을 보낸다. "왜 하필 나일까"를 무한반복한다.

 

고통과 위기 없는 삶은 없다. "나는 없는데"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이 아닐까. 어느 시인은 말한다.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라고. 고통은 이미 내 친구가 되었지만 결코 우리를 패망시키지 못한다며 단호하게 에 대한 의지를 노래한다.

이미 계절은 한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이들에게 따스한 한마디를 건네며 토닥여주고 싶은 날이다.

"다 잘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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