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음식은 추억이고 사람이다

나들이를 가거나 TV를 보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는 ‘맛있겠다’ 일 것이다. 소화력이 약해 많이 먹지 못하면서 먹는 것, 특히 간식에는 진심인 탓에 주전부리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물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쫀드기 같은 다양한 불량식품을 비롯해 라면땅, 새우깡, 말랑카우, 새콤달콤 등 젤리까지 최근에는 떡 종류까지 더해져 심난할 정도이다.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과자류를 거의 입에 대지 않게 된 것이 2년 여가 다 되어 가지만 아쉬움과 집착은 여전하다. 

가장 좋아하는 떡은 가래떡, 쑥개떡, 술빵이다. 술빵은 어릴 적 엄마가 강낭콩을 넣어 집에서 직접 만들어 주시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쑥개떡을 애정 하기 시작한 것은 결혼 이후다. 함께 살던 시어머니가 봄철이 되면 꼭 만들어주시던 음식이기도 하다. 그 당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었을 때 쑥개떡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떡은 가래떡이다. 설탕이나 꿀을 찍어 먹는 것보다 굳기에 관계없이 그냥 먹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구운 가래떡에는 맥을 못 춘다. 그러다 보니 관광지 입구나 고속도로 휴게소를 지날 때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체중 조절 때문에 떡 또한 금기 식품이 된 시간이 벌써 한참 지났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는 날이 많다.  

 살면서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는다. 아니 내 기준으로는 산다는 것 자체가 먹는 것을 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살기 위해서 먹는지, 먹기 위해서 사는지에 대한 질문은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과 같이 의미 없는 그리고 난해한 질문이다. 나처럼 먹을 것에 진심인 경우는 먹기 위해서 산다고 할 수도 있지만 먹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매 끼니 음식을 챙겨 먹는 것조차 귀찮다며 모든 영양소가 들어있는 간편한 캡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 음식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을 떠나 추억이고 사람이다. 좋아하거나 편안한 사람들과 만날 때 거의 식사 약속을 하는 경우가 많고 함께 먹을 메뉴를 고민하면서 한번 더 그 사람의 식성이나 성향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어린 시절 맛있게 먹었거나 특별한 추억이 스며있는 음식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따뜻한 기억 때문에 문득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심지어 어떤 음식을 보면 사람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리 맛있고 귀한 음식도 외롭게 혼자 또는 슬픈 기분으로 먹는다면 아마 그 의미는 퇴색될 것이고 진정한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추억이 담겨있는 음식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라는 이문재 시인의 시 <농담>의 한 구절처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음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