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책과 사람
반가운 마음에 책을 들춰보니 내용들은 여전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맨 뒤표지에 쓰여있는 책 가격. 기억하고 있는 가격보다 두배로 인상될 걸 보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살다 보면 항상 곁에 둘 정도로 애정 하던 물건이나 좋아하던 사람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만나지 않거나 잊고 사는 경우가 있다.
같이 근무하다가 타 지역으로 전출을 가는 경우 처음에는 연락을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뜸해지다가 나중에는 아예 연락을 안 하게 되는 동료. 한때는 여행을 가면 꼭 구입하던 이쁜 연필이나 책갈피의 자리를 반지나 귀걸이가 대신하기도 한다.
문득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그녀가 떠오른다. 얼마 전 성격도 성향도 비슷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고 편지와 카드도 주고받던 그녀와 아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얼굴을 못 본 지는 거의 10여 년이 된듯한데 어제 본 듯 익숙하고 편안해 30분도 넘게 안부를 나눈 후 곧 얼굴을 보자고 했었는데 코로나 핑계로 미루어 왔다.
오래전 늘 가까이에 두고 읽었던 '좋은 생각'처럼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늘 더 좋은 생각을 하며 더 멋진 사람으로 살고 싶어지게 하는 많은 이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날이다. 올 가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보고 싶다. 옛날이 자꾸 그리워지면 나이 든 징조라는데 정말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