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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보호자 09화

by 솜Som




“어머! 얼굴에 그게 뭐니..?”


엄마가 내 얼굴을 보며 물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눈 밑과 코 그리고 눈 윗부분에 생긴 홍조가 마치 나비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가려워서 계속 긁었다.


“진, 그만 긁어.. 알레르기인가..?”


한국으로 돌아온지 두세 달쯤 되었을까. 밖에 나가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오면 얼굴이 늘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태양에 오래 노출되면 얼굴이 빨개지는 경우가 많아 나도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얼굴이 가렵기 시작했다. 햇빛 알레르기인 줄 알고 무심하게 넘겼으나 증상은 심해졌고, 나비모양 같은 홍조가 계속 일어났다.

엄마는 이상하다며 나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소아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보이고 다양한

검사들을 받은 기억이 난다.

해가 빌딩 사이로 가라앉을 때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아무런 대화가 없어서 인지, 멀지도 않던 집까지의 거리가 아주 길게 느껴졌다.



“엄마”


“응..?”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조금은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에게 나는

무덤덤하게 다시 물었다.


“나 아파요?”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 알 수 없는 종이들을 뒤적이고 계시던

엄마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다 나에게 말했

다.


“응.. 근데 진이는 괜찮아질 수 있대. 걱정하지 마.”


엄마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심시켜 주시며 다가와서 꼭 안아주셨다.

엄마는 내가 햇빛을 피하면 된다고 하셨다.

운동도 하지 말라 하셨고 무거운 물건도 들지 말라 하셨다.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소한 제약들이 너무 많았고

어린 나이에 그것을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었다.


이것도 조심 저것도 조심…



나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예민해졌다.

나 또한 날 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춘기는 그보다 더한 오기로 버텼다.



그리고 지금,

십 대의 혹한 기를 보내며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따스한 봄바람이 굳은 뼈를 스치길,


파스텔의 꽃들이 통증 사이로 피어나길,


나의 사람들이 내가 봄을 맞이함으로


뜨거운 여름의 축제를 준비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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