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따도 나무에 미안

by 유창엽

[2023년 10월 1일(일)]

약 한달 만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봤다. 점심은 한 교우가 예약한 바산트 비하르 부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다른 교우들도 함께 했다.

점심 자리에서 최고 연장자인 교우는 보기와 달리 열정적인 소신파였다. 정년 퇴임한 그는 모그룹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세 번이나 해고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인도 지점장 시절 인도 전국 곳곳을 돌며 부동산 투자처를 살펴봤다고 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선 안된다는 말이 실감났다.

뉴델리의 공중 화장실.png 인도의 공중화장실

이 교우는 현재 인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인도인 직원 8명이 3교대하면서 24시간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 전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사업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도 했다.

나는 그 교우의 말을 주로 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인생 선배가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들었다. 오후 1시 45분쯤 시작된 점심은 2시간 이상 이어졌다.

귀가한 뒤 연장자 교우에게서 와츠앱 메시지가 왔다. 점심 자리에 자신만 떠들어서 아내에게 욕을 먹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괜찮다는 의미로 답신을 바로 보냈다.

이 교우는 술 한잔 하지 않은 채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풀어놨다. 참 열심히 소신 있게 살아온 인생에 대해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그 교우에게 말씀드렸다.


[2024년 10월 2일(월)]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 생일이다. 인도에선 국경절로 쉰다. 운전사도 오늘은 마침 월요일이어서 휴무다. 온종일 집안에서 머물렀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날 오전 10시를 기해 전국에서 일제히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내가 묵는 호텔 정문과 후문에도 그런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런 캠페인은 마치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케 했다. 실제로 모디 총리는 서부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한국을 방문해 새마을 운동을 접했고 새마을운동에 대해 잘 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델리에 사는 외국인인 나로서는 도로 등 주변을 깨끗이 해서 위생적으로 만드는 운동에 대해 대찬성한다.

이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간디가 일생을 거쳐 인도인들에게 강조해온 것 중 하나로 위생을 꼽았기 때문이다. 간디의 유지를 따르는 행위인 셈이다.

델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도로가 깨끗해졌다. 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도로 정비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내가 사는 호텔 주변 도로에도 횡단보도가 하얀 실선으로 그려졌고, 신호대도 설치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를 목격하는 것이다.

도로변 벽화.png 델리 도로변 벽화

오늘 현지 신문 의견란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나 유명인의 기고가 실려 있었다. 드로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여성)은 기고문에서 간디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생태계와 관련된 일화는 이랬다. 간디 제자가 나뭇잎 4개만 따면 될 일을 그렇게 하지 않고 나뭇가지를 꺾었다. 이를 목격한 간디는 이 행위를 힘사(Himsa. 폭력)이라고 했다.

나뭇잎만 따는 것에 대해서도 나무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나뭇가지를 꺾는 것은 폭력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뭇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간디의 사상이 인도나 전세계가 따르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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