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있다. 아니, 푹 빠져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일을 마치고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주말에는 글쓰기만 하다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 글을 쓰다 보면 눈이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심지어 아랫배까지 짓눌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고통이 나를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불편함을 이겨내며 글을 쓰는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일어난다. 엉덩이가 배겨서 쿠션을 깔아보고, 눈이 침침해서 화면 밝기를 조정해 보지만 내 열정을 막을 수 없다는 것! 내가 글쓰기 마라톤을 하는 것 같다.
이 느낌은 오래전 내가 다른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부었던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도 비슷했다.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몸이 피곤해도 그 만족감이 모든 것을 덮어주었다.
그때의 열정과 지금의 글쓰기에서 느끼는 희열은 참 닮아있다. 그래서 문득,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봤다. 열정으로 가득 찼던 그 순간들 속의 나와 지금 이 순간, 글을 쓰며 행복을 느끼는 내가 묘하게 닮아있다는 사실에 미소가 지어진다.
글을 쓸 때마다 내 몸을 휘감는 전율,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춤을 추고, 손가락은 그 춤을 따라가기 바쁘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지금도 나는 그 감정에 푹 빠져들어 매일 뭔가를 적어 내려간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 글에 미쳐있지?’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멈출 수가 없다. 그때처럼 지금도 내 마음속에는 뭔가 더 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내 손가락은 바삐 자판 위를 움직인다. 누군가 나한테 "너, 글쓰기에 미쳤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미친 게 아니라 행복해서 그래!"라고 대답할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나는 글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고 그때의 열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일지도, 그 길을 걷는 동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행복은 나를 벅차게 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진정한 매력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나만의 특별한 의식처럼 느껴진다. 과거의 열정은 나만을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행위는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에 그 기쁨이 있다. 그것은 또한 많은 사람들과 나를 연결해 주는 것 같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되고, 그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그 마음에 그저 감사하다.
글을 쓰다 보면 몸이 아프기도 하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런데도 묘하게 이 모든 과정이 즐겁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는 것 같다. 나는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끝없이 나아가는 글쟁이가 되어 있는 거 같다.
스스로에게 글쟁이라는 표현을 쓰다니 신기하고, 이전의 삶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단어라 재밌다. 이 새로운 경험은 과거에 나를 불태웠던 그 에너지가 다시 내 안에서 불타오르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문득 생각해 본다. 오랫동안 글을 써온 전문 작가님들과 선배분들이 나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어쩌면 그들은, “그래, 나도 그랬지. 처음에는 열정이 넘쳤어”라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기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듯이 말이다. 서툰 나는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그 미소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멈추고 싶지 않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내 손끝에서 행복이 마법같이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뻐근하고 아프기는 하지만, 뭐 그건 사소한 거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글과 동일시되며 아픔도 즐거움으로 승화되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글쓰기의 힘이자 매력인 거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아픈 엉덩이를 잠시 들썩이면서도 내 손은 멈추지 않는다. 눈이 조금 아프면 잠시 쉬다가 다시 글을 쓰고 아랫배가 뻐근해지면 스트레칭을 하면서도 다시 자판을 두드린다.
글쓰기에 미친 나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열정 속에서 행복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