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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에마 Oct 10. 2024

나의 대화상대는 나만 바라본다

나와 소통하는 글쓰기

살면서 대화를 하고 싶은 순간들이 참 많았다.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고 싶을 때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하지만 대화상대가 항상 곁에 있지 않을 때도 있었고, 대화상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할 때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대화상대에게 마음속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다 풀어내지 못할 때도 많았다. 그 이야기를 마음속에만 담아두었을 때 답답함이 더 커져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던 적도 있다.   

   



|나만 바라보는 나의 대화상대


내 마음이 앓았을 때 나를 일어나게 했던 어린 시절 선생님의 칭찬은, 그 어느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이야기 상대를 만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듯이 나는 내 마음속 이야기를 글에 담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나는 생각하고 혼잣말을 한다. 냉장고 문을 여닫으며 ‘맛있는 거 뭐 있어?’라고 냉장고와 대화도 하는 데,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며 혼잣말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며 혼자 히죽거려 본다.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손으로는 쓰고 입으로는 되뇌며 굉장히 집중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면 됐다.     

나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글쓰기는 나를 아프게 콕 찌르며 날카롭게 대하기도 하고, 공감하고 위로해 주며 속상한 일을 지우개처럼 지워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워진 그 자리에 다짐과 새로운 길의 방향성을 적어주기도 하며, 나를 요리하는 숨겨둔 힘을 가지고 있다.     




대화는 상대와 주고받는 말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마주하며 주고받는 대화가 아닌, 나 자신과의 대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 마음속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기가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숨어 있던 생각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하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가 바로 나와 소통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꺼내놓게 한다. 무언가에 답답함을 느낄 때, 또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내 안에서 뒤엉킬 때,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답답함이 글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 생각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나를 이해하는 도구    

 

나는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것을 다시 이야기하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그 사람을 점점 이해해 간다’로 설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느끼고 공감하면 이해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와 대화를 나누고 내 감정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조금씩 이해해 간다. 때로는 글을 쓰면서 "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는 순간도 많다.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감정들과 마주할 때, 글쓰기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준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글을 쓰는 순간 하나둘 드러나고, 그 생각들을 마주하며 나는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나의 일면을 발견하는 것처럼 글은 나의 생각과 감정을 탐구하게 한다.  

   



|못다 한 나만의 이야기 공간  

   

대화상대가 있을 때도 글쓰기는 유용하다. 왜냐하면,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언제나 모든 걸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처 하지 못한 말,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던 생각들은 그 대화를 마친 후에도 나를 따라다닌다. 그럴 때 나는 글을 쓴다. 못다 한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며 대화를 이어간다, 나와 함께.  

   

글은 대화를 보완하는 힘이 있다. 친구와의 대화에서 놓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 감정들, 가족과 나눈 이야기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면서 나는 만족감을 느낀다. 말로는 다 풀어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글로서 자유롭게 풀어내며, 그 속에서 내 생각의 깊이도 확장된다.    

  



그 어떤 것이 나를 이렇게 꺼내 놓게 하며 성장하게 한단 말인가! 그래서 글쓰기는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도구다라고 나는 말한다.


우리는 종종 사람들과의 대화에 집중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과의 대화는 놓치곤 한다. 이때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어 글로 적으면, 자기 이해와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나에게 집중하며 나와 소통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 누구도 나에게 글을 쓰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나의 이 선택은 나의 의식을 자유롭게 하며, 그 속에서 더 넓은 나를 만나게 하고 조금 더 나를 사랑하게 한다.    



  

|나를 빚어가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혼자가 아니다. 글을 통해 어제와 내일의 나를 만나며,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내 마음을 풀어내기 위해 시작했던 글쓰기가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점점 더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게 한다.     


그래서 자기 성찰을 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 대화 상대가 없거나 혼자 시간을 자주 보내는 사람, 마음이 답답하거나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글쓰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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