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 채용에서 기업들이 점점 더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더 선호하는 추세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신입사원 원서를 들고가면 책상 너머에 앉은 심사자들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한다. “경력을 좀더 쌓고 오세요. 우리 회산 경력직만 뽑아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상반기 신규채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 대졸 신규 입사자 5명 중 1명은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신입직으로 입사한 '중고신입'이었다. 중고신입들의 반 정도는 1년 이상 2년 미만의 경력자가 40%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2019.9.5, 머니투데이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1년 사람인에서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시장의 비정상적 문화에 대한 조사(복수응답) 결과, 취준생들은 신입 채용에 경력직 우대(49.1%), 과도한 스펙 쌓기(37.5%), 고학력 구직자 증가(36.1%) 등에 크게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전경련에서도 경력 같은 신입을 선호하는 현상은 기업 입장에선 어쩔수 없다고 한다.
좋다.. 알겠다.... 그런데 신입들은 도대체 경력을 어디서 쌓아야 하나요? 일단 어디에서라도 받아줘야 들어가서 일도 배우고 경험도 하면서 경력도 쌓는거 아닌가요? 모든 회사가 경력직만 우대하면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디딘 스무살, 스물네살 이런 사람들은 어디서 배우나요?
2023.3.13, 뉴스앤잡, “경력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테니스 클럽의 장벽 : 테린이는 받지 않아요
문제는 취업 세계에서의 이런 상황이 지금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고, 심지어 테니스의 세계도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기존 테니스 클럽에선 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고 오래 쳐왔던 사람들이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의 회원만 환영한다. 삼청동, 반포나 목동, 양재에서 은평구까지 어느 테니스 클럽에서든 내 나이에 맞는 곳은 이미 구력이 오래된 클럽이다. 어디 가서 게임도 더 해보고 연습 좀 하고오세요.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그들의 시선도 이해한다. 그러다보니 자기들과 같이 놀 실력이 못되는 나를 불편해하는 그들의 시선도 이해가 간다. 반면 내 실력에 맞는 클럽은 아직 연차가 얼마 안된 사람들인데 그들은 대개 젊은이들로 클럽 가입연령을 20~30대로 엄격히 제한한다. 결국 실력으로도 못가고 나이로는 거부 당한다.
테니스 세계에선 1~2년차까지 심지어 3년차까지 테린이라고 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실력으로보나 구력으로보나 아직 테린이 수준이다. 그런데 실력을 쌓으려면 게임 즉, 경기를 해야하는데 경기를 하려고 하면 구력이 낮아서 같이 게임 못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잘 못하는 것을 두고 매너가 없다고 까지 평가한다. 테니스는 서브를 두번 넣을 수 있는데 두번 다 에러 나는것을 더블 폴트라고 한다. 처음 경기를 할때는 서브 넣는것이 제일 신경 쓰인다. 서브를 잘 못해서 더블 폴트 나는 건데, 더블 폴트 나면 짜증나는 표정을 확 짓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당사자는 더 긴장이 되서 더 에러를 낸다. 나중엔 서브도 못하면서 게임 하러 왔다고 매너 없다고 한다. 도대체 테니스에서 매너가 무엇이길래 이런 매너 없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요즘 나는 어디든 코트에 혼복 4명중 사람이 펑크 나기만 하면 줍줍 하는 심정으로 찾아가 운동하고 온다. 누군가 내 사정을 듣더니 중국에서 전국에 무술 잘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자웅을 겨루고 이기면 그 무도장의 현판을 갖고온다는 "도장 깨기"같다고 하던데..그보다는 그냥 테니스 낭인이랄까? 이제 내 주변에도 나보다 실력이 좀 낮은 사람들이 보이니 예전 사람들의 그 깔보는 시선을 다 이해한다. 그래도 그런 테린이들을 보게 됬을 때 나는 절대로 그런말 안한다. 내가 아니어도 그 신참들은 부족하다는 말을 넘치도록 들어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신입, 테린이들에게 필요한 건 일단 게임을 할수있게 코트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잘하지도 못하고 창피할 걸 알면서도 남들이 치는 코트에 기웃거리고 뻘줌하면서도 한번 끼워달라고 말하는 용기를 칭찬해줘야한다. 테린이끼리는 어디 클럽도 없고, 주변에 같이 치는 사람이 없는 경우는 더더우 게임을 하며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어디 가서 게임과 연습을 더 하란 말인가?
그리고 잘 못하는 분야거나 기술이라도 시도하는 모습에 격려해야한다. 한번은 내가 어느 클럽에서 한동안 운동을 같이하게 됐다. 계속 하다보니 내가 복식게임에서 특히 로브를 잘 한다는 걸 알고 파트너가 계속 로브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에게 로브는 필살기이면서도 별 노력없이 할수있는 쉬운 기술이었다. 나는 발리, 스매싱 등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을 더 연마하고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연신 내가 실패하는 걸 보더니 파트너가 대놓고 로브만 하라고 지적질했다. 결국 나는 로브로 경기를 이겼다. 그러나 다시는 그 클럽에 가지않았다.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하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격려와 칭찬이다. 아기들도 걸음마를 배울때 처음 걸을 때까지 수천번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럴때마다 아가야, 너는 누워있는걸 잘하니까 계속 누워있어..라고 한다면 아기는 영영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우리가 살면서 과연 좋아서 하는게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는 대부분의 생을 어찌할 수 없이 살아왔다. 대입때는 성적이 안되서, 취직할때도, 결혼하고는 가족을 먹여살려야해서,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혹은 내 여건이 안되서 실력이 안되서 여러 이유로 원하지 않는것을 하며 산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각자에게 영혼이 없거나 일말의 낙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소확행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직업으로 직장에서 확실한 행복이 달성되었다면, 누가 소확행을 찾겠는가? 현실에서 그것이 잘 안되니까 다른 분야에서, 취미로 작은 행복이나마 찾는 것이다.
당신들은 무언가에든 그렇게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을 불태웠던 적이 있던가? 좋아서 제발로 걸어들어온 사람을 온갖 기준과 성적과 매너 평가로 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아서 하는 운동, 처음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 운동 처음 해보는 테린이, 뭐든 처음 해보고 미숙한 사람들을 위하여 이 글을 바친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격려와 칭찬이다. 아기들도 걸음마를 배울때 처음 걸을 때까지 수천번 넘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럴때마다 아가야, 너는 누워있는걸 잘하니까 계속 누워있어..라고 한다면 아기는 영영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