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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 설레인다.

우적동 봄을 그리다(24)

by 정영호

특별하게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이다. 이유는 없고 그냥 노란색을 좋아한다. 요즘 피는 꽃으로는 수선화와 개나리가 노랑이다.

개나리는 20여 년 전 현재 우리 집 터로 옮기면서 울도 담도 없던 우리 집에 아버지가 울타리가 되라고 심어준 것이다. 울타리용으로 십여 년 넘도록 가꾸었는데 기술이 부족했는지 관리가 잘 안 되었다. 늘 산발한 모습이었다. 집을 새로 짓고 몇 년 후 포크레인을 동원해 다 뽑아내고 그 자리에 대신 방부목으로 울타리를 쳤다.


그러나 개나리 뿌리가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아서 순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제주도에서 90넘은 할머니가 정원을 가꾸시는 다큐를 보았다. 할머니는 정원의 개나리를 외대로 키우셔 전정을 하셨는데 그 모양이 좋아 따라 해 보았다. 그랬더니 개나리가 너무 멋지다. 개나리 전정법을 배웠다.

길게 순을 느러트린 산발한 모습이 개나리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순을 억제하며 다듬으면 꽃이 풍성해진다.


나의 정원은 정해진 틀도 없으며 어떤 규칙성이 없다. 마음이 닿는 곳에 꽃과 나무를 심고 내가 가꾸고 싶은 대로 가꾼다. 그러다 보니 질서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전정이 필요로 하는 나무들은 전정을 해준다. 정원을 가꾸는 목적은 나와 가족이 보고 행복하길 바래서다. 누가 보고 누군가를 만족하기 위한 정원이 아니다. 꽃이 보이게 만들기보다 내가 꽃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


노랑 개나리에 그리움에 지쳤던 마음이 살짝 설레인다.

잠시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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