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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 화려한 봄날이 지나쳐간다.

우적동 봄을 그리다(35)

by 정영호

벚꽃이 피었다.

소들의 방목장 주변에 벚꽃을 심은지 15년이 되었다. 우리 집에서 자랑할만한 멋진 풍경 중에 하나는 벚꽃이 핀 방목장에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다.

풀의 짙은 녹색과 벚꽃의 흰빛이 너무도 조화롭다. 아름다움의 극치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날은 그 풍경이 절정에 달한다. 흩날리는 벚꽃잎 속에서 풀을 뜯는 소들의 풍경은 상상할 수 없는 멋진 모습이다.

이맘때면 지나가는 차들이 멈추어 세우고 한참 동안 그 멋진 풍경을 감상한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며 벚꽃과 어우러진 풍경은 우리 농장이 유일하다.


벚꽃나무가 이제 15살이 넘었으니 이제 성장은 멈추었다. 지금부터 벚꽃이 해가 갈수록 풍성해지고 멋지다. 사람과 견준다며 20에 접어든 것이다.

나의 깨달음은 우리는 같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 같지만 각자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그런데 늘 마치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러한 착각이 획일주의를 강요하게 되고 다툼과 경쟁의 원인이 된다.

인간은 같은 세계가 아닌 내가 인식하는 나만의 세계를 살아간다. 그래서 각자의 사유가 같을 수 없으며 지향이 같을 수 없다.


내게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이 타인에게 똑같이 아름답고 소중할 수 없다. 그래서 깨우침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 된다. 함께 깨우칠 수 없으며 오로지 혼자만이 외로운 인생길을 걸어갈 뿐이다.


오늘 우리 농장의 이 멋진 풍경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세계일 뿐이다. 세상은 바꿀수 없으며 나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이다. 이제는 세상을 바꾸어보겠다는 헛된 망상에서 자유를 찾을 때이다. 그 누구에게도 바라는 마음이 없어질때 비로소 세상의 중심에 내가 설때 그것이 바로 도의 종착지라 여긴다. 비우는 것은 나를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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