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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Nov 04. 2021

배추와 갓

갓김치

2016년 11월 무안신문에 게재한 글입니다.


2016년에도 기후위기로 배추값이 비싼 해였다. 올해도 가을장마 가을 고온현상으로 중부지방의 배추가 초토화되면서 배추값이 급상승하고 있다.

 


김장철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비 오는 날이 지속되면서 배추를 비롯한 채소작물의 작황이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덕분에 배추 가격은 고공행진이다.  

 

 지난 10여 년간 배추와 고추농사를 지어 마을 아주머니들과 묵은지를 만들어 전국 몇 곳의 식당과 거래를 해왔다. 정부의 무차별적인 고추 수입과 김치 수입으로 인해 묵은지 사업은 폐업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kg당 천 원으로 국산 배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이제 더 이상 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 시대에 진입했다. 그 결과 고추농사는 매년 국내 생산이 줄어듬에 불구하고 만성적인 가격 폭락이 이루어지고 배추는 수급조절이 파탄난 상황이다.  

 엄밀히 말해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김치산업을 정부가 포기한 것이다.  

 

 10년의 묵은지 사업의 경험은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에 대한 자연스러운 고민을 던져주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심고 있는 결구배추는 일제를 통해 들여온 것으로 그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전통 배추인 경종 배추는 배추보다는 갓과 비슷한 종이다.  

 산업사회가 갓을 포기하고 배추를 선택한 이면에는 몇 가지 고민할 지점이 있다.  

 배추의 영양을 높이 평가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배추처럼 실제 영양이 부족한 채소는 없다. 엄밀히 말해 채소중 배추는 영양이 가장 부족하며 이 부족한 영양은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각종 양념을 통해 충당된다. 말하자면 배추김치는 고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배추는 농약과 화학비료라는 현대 농업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엄밀히 말하자면 농약과 화학비료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고 이를 통해 높은 비용이 재배과정에서 소요된다.  

 

 상대적으로 갓은 채소 작물 중에 영양이 가장 높은 작물이다. 갓은 신경통, 폐렴, 류머티스즘, 관절염에 아주 효과가 좋다. 여기에 소화가 잘되며 위에 좋으며 아이들의 성장촉진에도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재배과정을 보면 농약과 화학비료의 의존성이 아예 없는 천연적으로 자연재배가 가능한 것이 갓이다. 병해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누구나 농사가 가능하다. 배추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는다.  

 여기에 김치로 가공하는 과정에도 자체적인 맛과 영양이 우수해 배추김치에 비해 다른 양념채소의 결합이 거의 필요치 않는 저비용 김치가 바로 갓김치이다.  

 

 그런데 왜? 산업사회는 갓보다는 배추를 선택했을까?  

 갓이 갖는 생으로 먹을 때의 매운맛 때문에 산업사회가 고비용 저효율의 배추김치를 선택했을까? 답은 고비용 저효율 체계인 현대 농업에 있다. 현대 농업은 의도적으로 비용이 높고 효율이 떨어지는 작물들을 키워왔다. 이것은 소비자나 농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 아니다. 현대 농업을 이끌어온 것은 비료와 농약과 종자를 판매하는 기업이었다. 자본주의 자본축적의 욕망이  배추김치에 담겨있다. 농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문화도 자본의 지배하에 인간의 생물학적 요구와는 별개로 발전돼 온 것이다.  

 

 우리는 과연 자본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문화와 산업, 농업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러자면 일탈이 필요하다. 기존의 관행을 벗어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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