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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명상가로서 히말라야에 다녀오면서 느낀 것?

혼명상 가이드 북 <나는 명상하는 사람입니다> Q & A 2

by 은종


KakaoTalk_20250104_234328709.jpg 남체 바자르에서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 가는 길


언젠가부터 히말라야를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작년 11월 출국을 해서 부탄과 네팔을 다녀왔어요. 카트만두에서 부탄 오고 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름 위의 히말라야 산맥을 정말 실감나게 감상했고, 네팔로 돌아와서는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하고 포카라, 카트만두에서 체류하면서 히말라야 품안에서 지내다 왔습니다. 안나푸르나의 경우에는 베이스 캠프에서 하룻밤을 잘 정도로 가까이 갔었고, 에베레스트의 경우 남체 바자르에서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는 에베레스트 뷰 포인트까지 다녀왔어요.


겨울이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걸을 때마다 새로운 설산들이 나타나는 것을 감상하면서 계속 걸었는데 특이하게도 같은 히말라야 자락이지만 안나푸르나 쪽과 에베레스트 쪽은 저에게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했어요.


안나푸르나를 먼저 갔는데 이틀 정도 산을 걷는데 갑자기 깊은 고요가 제 안으로 들어왔어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깊은 고요가 제 안으로 불쑥 들어온거죠.


분명히 바람도 불고, 강물도 흐르고, 폭포도 쏟아지고, 새들도 지저귀고, 원숭이들도 나무 위를 오고 가는데

그 모든 변화와 소리 너머 깊숙한 고요가 느껴지는 거죠. 그러면서 제 생각도 멈춰버리는 것 같았어요. 그냥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걷고 걷게 되더라구요. 계속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니까 힘이들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뭔가 다른 어떤 느낌 때문에 머리 속이 비워져 버리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냥 고요와 함께 생각없이 6박 7일을 걷고 걸었죠. 정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자는 날에는 눕기만 하면 제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앉아서 명상을 하며 호흡에 집중을 하는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안나푸르나 산행을 마치고, 며칠 쉬고 다시 에베레스트를 향해 갔는데, 에베레스트 쪽은 세계에게 가장 작고 위험하다는 루클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부터 영감이 솟기 시작했어요. "모든 문제는 내 안에 있고, 해답도 내 안에 있다"는 작은 깨달음이 생기면서 계속해서 영감이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번 히말라야 등반을 통해 안나푸르나에서는 기존의 생각들을 완전히 비우고 에베레스트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서 돌아왔다고 볼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뭔가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몸을 움직여서 실행에 옮김으로서 얻어지는 특별한 것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조금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일수록 더 쾌감이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 같이 생기더라구요. 그 믿음이 앞으로 남은 세월 동안 포기하지 않고 더 꿈꾸고 도전하며 나아가도록 이끌어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도 아무리 사소한 거지만,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 가지라도 실행을 해보고 그 느낌과 함께 나머지 인생을 열어가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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