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

by 예감

그날, 코엑스에서 정신없이 걸어 다니며 여기저기 구경을 하면서 둘은 빠른 시간에 친해졌다. 그동안 멀리서 나눴던 많은 이야기들 때문일까. 그렇게 유원과 제이콥은 하늘이 어둑해지자 그제야 헤어졌다. 그다음 날에도 만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둘은 아쉬움 없이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유원은 자신이 제이콥의 한국 첫 여행에서 가이드처럼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어 기뻤다.

다음날, 둘은 강남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번에는 어디서 만날지 확실히 정해둬서 엇갈릴 일이 없었다. 강남에서 둘은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서로 추천해주기도 하고 교보문고 특유의 숲 냄새를 맡으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유원은 책을 무척 좋아했기에 이런 시간이 가장 즐겁게 느껴졌다. 사람이 많은 중심가인 강남 길거리를 거니는 것보다 훨씬.


"진짜 편안하고 좋다." 유원이 말했다.


"나도." 제이콥이 동의했다.


"교보문고는 언제 와도 좋아!" 유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제이콥은 그 웃음에 자기도 모르게 동화되어 함께 웃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 모습을 봤더라면 둘이 닮아 있어 남매인 줄 알았을지도 모른다.


둘은 이후에 쌀국숫집으로 향했다. 전혀 계획에 없던 식당이었는데도 엄청 맛있었다. 때론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는 음식이 유독 맛있다고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인가. 그렇게 먹고 나서 제이콥과 유원은 인생 네컷을 찍으러 갔다.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사진 찍으러 가자!" 제이콥이 제안했다.


"그래 좋아!" 유원이 끄덕였다.


제이콥과 유원은 귀여운 강아지 귀가 달려 있는 머리띠 두 개와 검은색 선글라스 두 개를 챙겨 베이지 계열의 배경이 있는 방에 들어갔다. 둘은 'penpal'을 의미하는 동작으로 찍어봤다. 즐겁게 글을 쓰는 듯한 동작, 느닷없이 팔 근육을 보여주는 동작을 취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찍었다. 이 아이디어 덕분에 다양한 동작으로 찍어볼 수 있었다.


"저기... 우리 이 동작도 해볼래?" 제이콥이 머뭇거리며 손가락을 구부려 반쪽 하트를 유원 쪽으로 내밀었다.


"그으래!" 유원도 순간 당황하더니 자신도 반쪽 하트를 만들어 연결했다.


사진을 망칠 수는 없으니 둘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제이콥이 SNS에서 이 동작을 보고 온 모양이었다. 인생 네컷 찍는 곳에서 나온 뒤 둘 사이는 급격히 어색해졌다. 제이콥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노래를 몇 곡 부르면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원은 평소 애창곡인 '여우야'를 불렀고, 제이콥은 그 모습을 보고 해맑은 유원의 모습에 노래가 끝날 때까지 푹 빠져서 입을 벌리고 들었다.


"왜 그래?" 유원이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노래가 너무 좋다." 제이콥이 더듬으면서 대답했다.


"그렇지? 너는 무슨 노래 부를 거야?"


"나는 'Bonfire' 부를래."


"아 그 노래 나도 되게 좋아하는데."


제이콥은 캐나다 출신이어서 그런가 역시 수준급의 영어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고 유원은 외국 가수로 데뷔해도 손색없겠다고 생각했다. 둘은 'All For You'라는 노래도 부르며 한결 편해졌다. 둘은 다시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유원은 분당에 살았고 제이콥은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 묵고 있었지만, 제이콥은 유원에게 호텔을 구경시켜주고 싶었기에 유원을 호텔로 데려갔다. 전철에서 호텔로 향하는 도중, 유원은 졸린지 금세 잠들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이콥은 이 모습을 발견하고 어깨를 내어주었다. 유원의 머리가 어깨에 닿자 제이콥은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고 유원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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