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상품을 구매할 때 브랜드를 중요하게 여기며, 비슷한 상품일 경우 더욱 믿음이 가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다. 브랜드를 통해 제품의 신뢰도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마케터와 PR 전문가들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활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브랜드 저널리즘’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기자들이 기사를 생산하는 방식을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도입한 것으로, 이를 활용한 콘텐츠는 진정성과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가 쌓인다. 그렇다면 ‘브랜드 저널리즘’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2011년, 유튜브에 맥도널드를 저격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에 등장한 영국 유명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는 맥도널드 쇠고기 패티의 주재료가 ‘핑크 슬라임’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맥도널드 햄버거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내용이었다. 제이미 올리버가 ‘핑크 슬라임’은 쇠고기 찌꺼기를 갈아 암모니아로 세척한 뒤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유명 요리사가 주장한 내용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받았다. 캐나다와 미국 언론들은 해당 내용을 집중 보도했으며, ‘찌꺼기 패티’를 사용한다는 것이 마치 사실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맥도널드 캐나다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공식 발표를 통해 ‘핑크 슬라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Our Food, Your Question’이라는 광범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질문을 던지면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품질관리 담당자가 패티 제조공장을 방문해 공정을 설명하는 인터뷰를 하는 등 저널리즘에 입각한 답변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2013년까지 3월까지 진행된 이 캠페인을 통해 기록된 질문과 답변만 2만 482건에 달했으며, 관련 동영상 조회 수는 1,400만 건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수많은 궁금증을 해결한 맥도널드 캐나다는 친절하고 당당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레드불은 한해 60억 병이 넘게 팔리는 에너지 드링크 제품을 생산하며 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비슷한 타사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3배 정도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레드불의 에너지 드링크를 구매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레드불의 에너지 드링크가 이렇게 소비자들의 굳건한 신뢰를 얻게 된 이유는 자체 미디어 채널을 통해 쌓아온 훌륭한 콘텐츠들 덕분이다. 레드불은 2가지 미디어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영상 채널인 'Redbull TV'와 잡지 ‘Redbulletin'이다. 레드불은 이 2가지 채널을 통해 상당히 영리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 전략을 세웠다.
‘Redbull TV’에선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 대신 익스트림 스포츠를 다루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빌딩 벽을 오르는 것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 ‘파쿠르’를 다룬 Redbull TV의 영상 중 하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남자가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 온갖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마지막 도전 장면이 압권이다. 게이트 통행로 끝에 도달했지만 비행기 출입구와 통행로가 한참 떨어져 있다. 엄청난 점프를 통해 비행기에 탑승한다. 다이나믹하고 아찔한 이 영상은 무려 조회 수 1억을 돌파했다.
잡지인 Redbulletin도 마찬가지다. 익스트림 스포츠 전문 잡지를 표방했다. 내부에 취재팀을 꾸리고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 관련 기사를 싣는다. 이 잡지는 매월 발행되는데 현재 글로벌 발행 부수만 250만 부가 넘는다.
레드불은 스포츠 저널리즘 형태를 입힌 익스트림 스포츠 콘텐츠들을 생산하면서 활동성과 폭발적 에너지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확립했다.
시스코는 세계 1위의 테크놀로지 브랜드다. 그들이 하는 일은 테크놀로지 기업들을 분석하고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들을 서로 연결해주고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시스코는 세계 1위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일찍부터 브랜드 저널리즘에 눈을 떴다. 2005년 시스코는 신문 및 잡지 기자 경험을 갖춘 인력들을 중심으로 한 뉴스 편집팀을 보유하고 자사 뉴스룸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당시 시스코의 뉴스룸 웹사이트 방문 트래픽은 컴퓨터월드, 인포월드 등 전통 있는 전문 미디어의 방문 트래픽보다 훨씬 높았다. 국내 기업들이 이제야 뉴스룸을 활발히 운영하기 시작한 것에 비하면 시스코는 무려 15년 이상 앞서 나간 것이다.
시스코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단순한 뉴스룸에서 나아가 2011년 자체 뉴스 플랫폼 ‘The Network’를 만들었다. 기존에 보유한 뉴스룸이 고객 관련 콘텐츠 생산에 주력했다면 ‘The network’는 테크놀로지 전체를 아우르는 정보를 제공했다. 시스코 또는 고객과 관련이 없더라도 말이다.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정보는 ‘The Network’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월스트리트저널과 포브스 등 주요 언론매체 소속 기자들도 ‘The Network’에 기고를 남겼다. 꾸준히 성장한 ‘The Network’는 테크놀로지 업계 종사자들에게 꼭 체크해야 할 소식통이 됐다. 시스코가 테크놀로지 브랜드를 뛰어넘어서 하나의 미디어 기업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진정성을 갖춘 콘텐츠에 저널리즘이라는 옷을 입히면 고객 또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반응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실행에 옮긴 기업들은 성공을 거뒀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가짜 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앞으로 기업들의 ‘브랜드 저널리즘’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임이 분명하다.
소비자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테크닉으로
'브랜드 저널리즘'을 도입해야 한다
-래리 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