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을 지향하며 알게 된 것들.
“고기 안 먹고 싶어?”
“응, 전혀. 생각도 안 나”
비건을 시작하며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고기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진짜로 고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비건을 시작하고 나서 단 한 번도 고기가 생각난 적이 없다. 고기의 맛이 그립지도, 먹고 싶지도 않다.
이런 나의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그토록 고기를 좋아했었는데, 고기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오히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맡게 되는 고기 냄새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치킨이 먹고 싶고, 찜닭과 제육 볶음이 먹고 싶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고?!
사실 그 음식 자체를 좋아했던 것이지, 고기가 그립고 고기가 먹고 싶은게 아니라는 것이다.
치킨이 먹고 싶은 것은 닭고기가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치킨을 이루고 있는 바삭한 튀김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먹고 싶은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내가 찜닭이 먹고 싶은 건 닭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찜닭을 이루는 자극적인 맛을 기억하는 것이다. 찜닭에 들어가는 양념과, 당면, 채소가 먹고 싶은 것이지 궁극적으로 고기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기가 먹고 싶은 건 아닌데 단지 그 요리의 맛을 느끼고 싶은 것 뿐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나는 고기를 좋아했던 게 아니라 그 요리 자체를 좋아했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내가 먹어왔던 거의 모든 요리에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고기가 함께였기에 내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음식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비건을 지향하면서 닭고기가 없는 치킨을 먹고, 고기가 없는 제육볶음을 먹는다. 안에 들어가는 고기를 대체육이나 비슷한 식감을 가진 채소를 넣는 것만으로도 그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충족이 된다. 왜냐하면 나는 고기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음식을 이루는 매콤하고 자극적인 양념과 바삭한 튀김옷이 먹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치킨이 먹고 싶은 날이면 좋아하는 비건 식당에 찾아가 콩치킨을 먹는다. 갓 튀겨져 나온 콩치킨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매콤 달달한 양념도 전부 다 비건으로 먹을 수 있다.
비건 식당에 가지 않더라도 대형마트에 가면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진 만두, 냉면, 라면, 아이스크림, 파스타 등 다양한 채식 제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온라인에는 비건으로 먹을 수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카테고리의 채식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채식을 하지 않는 가족들도 말 안 하면 비건 음식인 줄 모르겠다는 평을 할 정도로 정말 맛있고 다양한 음식들을 비건으로 즐길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에 비건의 시작을 망설이고 있다면, 좋아하는 요리를 식물성 재료로 대체해서 먹어보는 시도를 해보았으면 좋겠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 먹고 나서 속이 편안한 비건 요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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