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속이 편안해졌다.
- 식사 후에 속이 편안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식사를 하고 나면 항상 속이 더부룩했다. 배에 가스가 자주 차는 편이었고, 식사 후에는 속이 늘 불편했다.
단순히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병원에 가보니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밀가루 음식을 줄이고, 유산균을 잘 챙겨 먹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열심히 유산균을 챙겨 먹었고,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속이 불편했고, 더부룩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자 자연스럽게 체념하게 되었다.
'아, 나는 원래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이구나.' 나의 나약한 소화기관을 탓했다.
비건을 시작하고 나서야 식사 후 불편함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원인은 내가 먹는 음식에 있었다. 내가 느꼈던 더부룩함은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달라고 몸이 보내는 신호였다는 것을 비건을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결국 원인은 내가 먹는 음식에 있었는데, 나의 나약한 소화 기관을 탓하며 계속해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음식들을 먹어왔던 것이다.
부드럽고 달달한 케이크와 빵을 좋아했고, 카페에 가면 항상 우유가 들어간 커피나 음료를 마시곤 했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이면 치킨에 맥주, 와인에 치즈를 곁들여 먹었다. 나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함께였던 동물성 음식들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원인이었다. 소화기관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유산균을 잘 챙겨 먹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날 괴롭혔던 나의 더부룩함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 때문이었다니.
사실 동물성 음식이 나에게 불편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유는 몸에 좋고, 뼈를 튼튼하게 해 주며,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튼튼해진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TV 속 광고에서도, 프로그램에서도 동물성 음식은 몸에 좋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먹는 음식들이 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비건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접하고, 공부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대부분의 성인이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더 이상 몸에서 우유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를 소화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인이 된 나에게 유당불내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유제품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먹는 음식이 문제였던 것이다.
비건을 시작하고 나서 유제품을 포함한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속이 편안해졌다. 비건을 시작하고 나서 이전처럼 더부룩하고 불편한 느낌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도 속이 편안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달라지자, 이러한 변화들이 몸에 직접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직접 경험해보니 비건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점점 더 커졌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어졌다. 이렇게 속이 편안하고 좋은데, 비건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속이 편안하니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건강한 음식들로 나를 채우는 삶이 행복해졌다.
채식을 한다고 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특별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다. 그저 음식 속에 들어가는 동물성 재료들만 식물성으로 바꾸어 먹는 것일 뿐이다. 카페에 가면 우유가 들어간 음료 대신 두유나 식물성 음료로 변경하여 마신다. 식물성 재료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음료는 고소하고 풍미가 있다. 우유, 버터,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맛있는 비건 디저트는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서 좋다.
이 글을 읽고 ‘비건을 하면 정말 속이 편안해질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일주일 중 하루, 혹은 하루 중 한 끼만 비건으로 먹었을 때의 그 편안함을 한 번쯤은 몸소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먹는 음식이 바뀌었을 때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몸이 어떤 음식을 원하고 있는지 가만히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비건 #비고미 #비건지향 #채식 #채식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