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동화
안녕하세요. 희승입니다. 여러분 최근에 목욕탕 언제 다녀오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 동생과 함께 아버지 따라 매주 가곤 했습니다.
목욕탕에 가면 목욕을 마치고, 바나나우유나 기타 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은 음료는 마시지 않고, 목욕탕 바로 앞에 있는 김밥천국으로 갔습니다.
열심히 때 밀고 먹는 김밥은 아주 꿀 맛이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노동 후 식사 같은 느낌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목욕탕에 관한 기억들을 가지고 계시나요? 그렇다면, 오늘 함께 동화책을 읽을 때 많은 공감을 하실 것 같습니다. 책의 주제가 목욕탕이거든요.
오늘의 동화책 제목은 '장수탕 선녀님'입니다. 과연, 선녀님은 장수탕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 걸까요? 함께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야기는 꼬마 주인공 덕지가 동네에 아주아주 오래된 목욕탕을 소개하면서 시작됩니다. 덕지네 동네에 큰 길가에는 새로 생긴 스파랜드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 방도 있고, 게임방도 있지만, 덕지는 그곳으로 가지 못합니다. 엄마가 항상 장수탕만 가시거든요. 덕지는 따라오는 입장이니 선택권이 없습니다.
그래도 덕지가 떼쓰지 않고, 조용히 장수탕에 따라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엄마가 요구르트 하나를 사주기 때문이죠.
덕지는 냉탕을 좋아합니다. 엄마가 씻는 동안 냉탕에 들어가서 놀죠. 엄마는 덕지에게 "감기 걸려도 모른다!" 소리쳐 보지만, 덕지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냉탕에서 풍덩풍덩 발을 딛고 개 헤엄을 치기도 하고, 국가대표 수영선수인 척, 어푸어푸 수영선수를 따라 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바가지에 장난감을 넣고 배를 태우며 놀고 있었는데, 덕지 뒤에서 이상한 할머니가 슬그머니 나타났습니다.
놀란 덕지 표정을 본 할머니는 덕지에게 겁먹지 말라고 다독이며 본인 소개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지금 산속에 살고 있는 선녀인데, 날개옷을 잃어버려서 여기서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덕지는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였죠. 덕지는 알면서도 끝까지 모른척하며, 선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습니다.
이후에 덕지와 선녀 할머니는 냉탕에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선녀 할머니는 많은 놀이를 알고 있었거든요.
냉탕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에서 버티기, 바가지에 매달려 가라앉지 않고 물장구치기, 탕 속에 잠수해서 숨참기 등 덕지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여러 놀이 중에서 선녀 할머니의 위에 올라타 수영하는 것은 신기하기까지 했죠.
즐겁게 놀던 선녀 할머니는 다른 사람을 가리키며 덕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얘야, 저게 도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요구르트요."
"요구룽?"
덕지는 할머니에게 잠시 기다려 보시라고 한 뒤, 뜨거운 탕에 들어가 때를 불렸습니다. 이후, 곧장 엄마에게 가서 때를 밀었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꾹 잘 참았습니다.
울지 않고 때를 민 덕지에게 엄마는 요구르트를 사주었습니다. 덕지는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아서, 선녀 할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선녀 할머니는 덕지 덕분에 요구르트를 쪽쪽 맛나게 빨아드셨습니다.
덕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목이 마르긴 했지만, 참을만했습니다. 오히려 할머니와 또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오후가 되자 덕지는 머리가 아프고, 콧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아니나 다를까, 엄마 말 안 듣더니 감기 걸렸다고 으름장을 놓았죠.
덕지는 누워서 계속 잠을 잤지만, 머리는 지끈 지끈, 목구멍은 따끔따끔, 온몸은 후끈후끈, 너무 아픈 나머지 한 밤중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때! 덕지 머리맡에 수건을 적시던 대야에서 선녀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선녀 할머니는 오늘 요구룽 고맙다며, 얼른 나으라고 덕지 이마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러자 덕지는 아픈 것도 잊은 채, 시원해하며 다시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덕지는 거짓말처럼 감기가 싹 나았습니다. 덕지는 개운하게 기지개켜며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선녀 할머니!"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가 됩니다. 어떠셨나요? 목욕탕이라는 따뜻한 장소처럼 마음도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목욕탕 가는 낙인 요구르트를 할머니에게 양보하는 덕지의 마음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도 최근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목욕탕에 가고 싶다고 말이죠. 바로, 이번 주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혹시 모르니, 요구르트를 준비해야겠습니다. 남탕에서 저는 신령님을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따뜻한 목욕탕에서 잠시 몸을 녹여보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