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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승 Dec 14. 2023

집념은 똥으로부터

오늘의 동화


안녕하세요. 희승입니다. 여러분.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참 재미있어하는 것 같습니다. 또, 반대로 싫어하기도 하는데요.


상대방을 놀리는 도구가 똥 일 때는 우습고 재미있지만, 내가 그 도구로 놀림을 받으면 참 싫어하죠.


실제로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리기 위해 초콜릿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영상도 있더군요. 똥 묻은 것처럼 분위기를 몰고 가서 아이를 울리는 여러 영상들을 봤습니다. 물론, 성인을 놀리는 영상들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아 이건 어른이건 똥 묻은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오늘은 똥 묻은 두더지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동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입니다.


이야기는 작은 두더지가 해가 떴나 안 떴나 보려고 땅 위로 올라오면서 시작이 됩니다. 해가 떴나 보려고 고개를 쑥 내민 그때,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뭉글뭉글하고, 길고, 갈색을 띤 어떤 것이 두더지 머리에 '철퍼덕'하고 떨어졌죠. 그건 마치, 소시지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더지는 그것이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었죠. 두더지는 소리쳤습니다. 


"에그, 이게 뭐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네. 그건 바로 똥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이 나쁜 두더지는 누가 똥을 싸고 간 것인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두더지는 마침 주변을 날던 비둘기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샀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비둘기는 작은 두더지의 발 앞에 하얀 물똥을 '철썩' 떨어뜨렸습니다. 피하지 못한 두더지의 오른쪽 다리가 하얗게 얼룩졌네요. 비둘기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 두더지는 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커다란 말은 쿠당탕 소리를 내며, 다섯 개의 크고 굵은 똥을 두더지 앞에 떨어뜨렸습니다. 까만 사과 같았던 말똥은 두더지가 보기에는 정말 굉장했죠. 두더지는 말이 아닌 걸 확인하고, 이번에는 당근을 먹던 토끼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토끼는 두더지에게 까만 콩 같은 똥을 '타타타' 쏟아냈습니다. 두더지는 "아이쿠!" 하면서 잽싸게 도망갔습니다. 토끼도 아닌 걸 확인한 두더지는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염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염소의 똥은 '오도당동당' 소리를 내며, 잔디 위로 공중제비하듯 떨어졌습니다. 두더지는 까만 새알 초콜릿 같은 염소 똥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염소가 아닌 걸 확인한 두더지는 방금 되새김질을 마친 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소는 두더지 바로 옆 잔디에 '쫘르륵' 소리와 함께 누렇고 커다란 똥 무더기를 쏟아냈습니다. 그걸 본 두더지는 자기 머리 위에 똥 싼 녀석이 소가 아니라는 것이 무척 기뻤습니다.


소가 아닌 걸 확인한 두더지는 돼지에게 가서, 돼지 코를 찌르며 물어보았습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나? 아니야. 내가 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걸."


돼지는 풀밭에 묽은 똥 무덤을 '뿌지직'하고 떨어뜨렸습니다. 두더지는 곧바로 코를 감싸 쥐었죠. 돼지가 아닌 걸 확인한 두더지는 계속해서 범인을 찾기 위해 똥을 머리에 이고 돌아다녔습니다.


눈이 좋지 않은 두더지는 앞에 누군가 있는 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자세히 보니, 통통하게 살찐 파리 두 마리였습니다. 


두 파리는 동그란 똥 위에 앉아서 무언가 핥아먹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두더지는 드디어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얘들아,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을까?"


파리들은 두더지 머리에 있는 똥으로 날아와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두더지가 파리들을 재촉하자 파리들이 말했습니다.


"재촉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봐."


계속해서 냄새를 맡던 파리들은 알아차렸는지 소리쳤습니다.


"아, 이건 바로 개가 한 것이야!"


개똥이라는 것을 알게 된 두더지는 단밖에 뚱뚱이 한스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두더지는 머리 위에 똥을 치우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한스가 있는 정육점으로 향했습니다.


개집에서 머리를 내민 채 잠을 자고 있는 한스를 발견한 두더지는 재빨리 한스의 집 위로 기어올라갔습니다. 잠시 후. 한스의 넓은 이마 위에 작고 까만 곶감 씨 같은 것이 '슝'하고 떨어졌습니다.


작은 두더지는 그제야 기분 좋게 웃으며 땅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두더지의 복수가 성공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어떠셨나요? 두더지의 귀여운 복수심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복수를 위해 머리의 똥도 치우지 않고, 끝까지이고 다니는 것이 두더지의 악바리 근성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모습은 아이들과 참 비슷합니다. 아이들은 당하면 똑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돌려주려고 하죠. 아이들 옆에 있다가 장난스럽게 한 번 '툭' 건드려 본 적 있으신가요?


그 아이는 한 번 아니면, 두 번 '툭툭' 치는 것으로 돌려줍니다. 그러다 도망이라도 가면, 끝까지 쫓아오기도 하죠. 


그러니 아이들을 함부로 놀리시면 안 됩니다. 아이들과 장난을 시작하셨다고요? 아이들은 패배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시, 어떤 일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시나요? 오늘 두더지를 생각해 보세요. 내 머리에 똥 싼 녀석 머리에 똑같이 똥을 싸주겠다는 집념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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