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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베란다

by 리박 팔사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1. 가족이 머물던 거실과 햇살이 가득한 베란다


어린 시절, 거실은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이었습니다.


커다란 브라운관 TV와 푹신한 소파기 놓여있었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어머니가 준비해주신 과일 접시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TV 앞에 앉아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셨고 아버지는 스포츠를 주로 보셨습니다.

나는 그 사이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대화에 끼어들곤 하였습니다.


거실은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고 하루의 끝자락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던 공간이었습니다.


베란다는 우리 집에서 가장 햇빛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공간에는 행운목, 난초 등 다양한 화분들이 줄지어있었고

빨래가 가득 널린 줄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며 섬유유연제 향기가 퍼졌습니다.


나는 베란다 바닥에 눕거나 앉아서 만화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고

어머니는 화분에 물을 주며 창밖을 바라보고 하였습니다.


베란다는 단순한 보조 공간이 아니라

하루 중 평온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2. 변화하는 거실과 잊혀진 베란다


시간이 흐르면서 거실과 베란다가 점점 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TV는 여전히 거실의 중심이었지만 가족이 거실에 함께 모이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각자 방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거실은 더 이상 필수적인 공간이 아니라 가끔 머무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식사 이후 각자 자기공간으로 흩어지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으며

거실이라는 공간은 존재하였지만 이전과 같은 기능과 이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베란다 또한 점차 변화하였습니다.

예전에는 햇빛이 머무르던 공간이었지만 확장하여 거실의 보조공간이 되거나 창고 같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정성 들여 가꾸던 화분들도 자리를 잃었고 베란다에서 눕거나 낮잠 자던 기억이 점차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3. 스마트하지만 따뜻한 공간이 되어야 할 거실과 베란다


최근 들어 거실과 베란다는 새로운 의미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거실은 단순한 TV 시처 공간이 아닌 홈카페, 홈짐, 홈오피스로 변화하였습니다.


나는 거실 한편에 작은 책상을 두고 컴퓨터 및 프린터를 놓았습니다.

커피 머신을 구석에 배치하고 가끔 커피를 내려 마시며 재택 근무를 합니다.


소파 옆에는 작은 요가 매트를 깔아두고 요가 또는 근력 운동을 합니다.

거실은 각자 개인 취향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베란다 또한 중요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방치된 베란다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한쪽에는 화분을 놓았습니다.

베란다 또한 단순히 보조 공간이 아니라 나를 위로하는 작은 힐링 공간이 되었습니다.


거실과 베란다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욱 스마트한 공간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AI가 조명을 조절하거나 공기의 질을 관리하거나 필요할 때 마다 취향에 맞춰 연출이 가능한 시스템 또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다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거실과 베란다는 일상 생활과 함께해야 합니다.

거실은 가족과의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 되어야 하며 베란다는 나만의 사색과 휴식을 위한 공간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간에서 우리가 어떠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계속 물어야 합니다.


당신은 거실과 베란다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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