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버스터미널이 없었다.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시내버스를 타고 도심지로 나가야 했다.
도심지 터미널은 멀었고 어머니와 나는 중간 정류소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곤 했다.
그 정류소의 대합실은 없었고 표지판과 벤치는 낡아 있었다.
먼지 속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는데 “이번엔 맞는 버스겠지요?”라고 어머니께 묻곤 했다.
사람들은 타야 할 노선에 따라 지나가는 버스를 쳐다보고 아이들은 찡찡거렸다.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그곳에서 천천히 흘렀다.
2000년대가 되자, 중간 정류소보다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하였다.
대학생이 된 나는 친구와 함께 터미널에 갔다.
이제 버스 도착 시간은 전광판에 표시되었고 대기실에는 매점 또는 햄버거 가게가 있었다.
사람들은 대합실에서 간식이나 김밥을 먹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더 이상 먼지 속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대합실의 의자는 푹신했고 핸드폰 충전기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제 기다림은 이전보다 편안하였다.
2010년대 터미널은 더욱 편리해지는 만큼 개별성이 두드러졌다.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지 않았으며,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티켓을 발권하였다.
대기실 한편에는 셀프 키오스크가 있었다.
버스 도착 시간, 빈 좌석 현황은 터치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주로 스마트폰을 보며 기다렸고 대합실 의자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였다.
이제 터미널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공간이 되었다.
각자 자신만의 관점과 세상에서 예약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2020년대,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터미널의 풍경도 달라졌다.
곳곳에서 “삑! 삑!”하는 QR 코드 인증과 체온 측정기의 소리가 울렸고 대합실 바닥에는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서로 거리두기를 하고 줄을 섰으며 의자도 절반을 비워두었다.
예전보다 더 조용하고 고립된 느낌이며 더 이상 만남의 공간이 아니었다.
향후 버스터미널 공간에서는 자율주행 버스가 다니고 스마트 벤치에서는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분석해 줄 것이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뜨고 도착 이전까지 남은 시간을 편안하게 할 것이다.
이전과 기다림의 모습이 또다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도착 시간을 알려주고 버스터미널 공간은 더 스마트해졌지만 어머니 손을 꼭 잡고 서있던 그 시절의 기다림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당신의 버스터미널의 기억과 그 공간에서의 기다림은 어떤 모습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