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의 매력

by 리박 팔사

이것이 도시계획이 원했던 삶이었을까?


제1장 숙성된 숲세권


1기 신도시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풍요로운 녹지 공간입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무들은 우거지고 숲은 깊어져서 이제는 어디서든 푸르름을 만끽할 수 있는 진정한 숲세권을 형성하였습니다.

초기 계획 단계부터 풍성하게 조성된 중앙공원, 근린공원, 단지 내 조경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더욱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공원에 나와서 휴식을 즐기고 산책하는 모습은 여유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연을 가까이하며 삶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1기 신도시만의 장점입니다.


제2장 세월이 만든 생활형 문화


3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건물만 낡게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다양한 생활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이웃들은 서로의 얼굴을 알고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깊은 정을 쌓았습니다.

함께 이주해 온 젊은 부부들은 이제 중년이 되어 도시의 주축이 되었고 그들의 자녀들이 다시 이 도시로 돌아와서 뿌리를 내리는 모습도 흔합니다.

또한 다채로운 로컬 문화가 피어나고 있습니다.

작은 빵집, 개성 있는 카페, 동네 맛집들은 물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동체 모임이 활발하게 이어지며 도시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계획된 도시에 사용자의 삶과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1기 신도시만의 독특하고 따뜻한 생활 문화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3장 완성형 인프라


1기 신도시의 또 다른 매력은 이미 완성되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도시 인프라입니다.

30년 전 처음 입주했을 때 아파트만 덩그러니 섬처럼 있었고 그 외 도시기반시설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초기부터 잘 계획된 교육시설들은 여전히 훌륭한 학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교통 인프라 역시 시간을 흐르며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광역버스 노선 확충과 지하철 연장 등으로 서울 및 주변 주요 도시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편입니다.

처음부터 잘 정돈된 환경에서 높은 수준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1기 신도시만이 가진 강점입니다.


제4장 합리적인 주거 비용


서울시의 고공행진하는 집값과 비교하면 이곳의 주거비는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가성비 높은 주거 환경은 1기 신도시의 큰 매력입니다.

안정적인 학군, 풍부한 녹지, 잘 갖춰진 인프라 등 삶의 질을 보장하면서도 서울시보다는 주거 비용 부담이 적습니다.

특히 자녀 교육이나 주거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30대 후반과 40대 초반 세대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대형 마트, 백화점, 병원 문화센터 등 30년 간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온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이 밀집해 있어서 편리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롭게 개발되는 신도시들이 초기 겪는 불편함이 없이 바로 완성된 도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제5장 결론: 계획된 도시에서 성숙한 공간으로


1기 신도시는 노후계획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다만 정체된 의미보다는 시간의 흔적과 함께 한 도시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하나의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다양성은 도시의 활기와 연계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최근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등 정부 차원의 재정비 움직임은 단순히 건물을 바꾸는 것을 넘어서 도시 전체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만, 성공적이고 합리적인 도시계획보다도 삶의 서사와 시간을 포함하고 주민 스스로 공간을 결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도시가 다시 태어나 또 30여 년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1기 신도시는 더 이상 계획된 도시가 아닙니다.

사람과 시간이 함께 만든 성숙한 공간으로서 지금 우리는 그 가치를 지켜내고 다음 세대를 위한 도시로 진화시켜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단순히 재건축을 넘어 이웃과 기억, 관계를 보존하며 다시 설계해 가는 도시이자 건축, 주거 등 공간입니다.

그것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진짜 도시 정비이고 재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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