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도시계획이 원했던 삶이었을까?
30년 전 세대당 1대 정도 되는 주차공간으로 계획된 도시는 이제 세대당 2~3대에 가까운 차량이 오가는 현실에 직면하였습니다.
밤마다 벌어지는 주차 전쟁과 좁은 도로에 늘어선 이중 주차는 신도시 주민들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행정이나 관리사무소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회의를 통하여 아파트상가와 야간 주차 규칙을 정하고 방문 차량 등록제를 시행하며 때로는 수개월 간의 논의와 투표 끝에 새로운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갈등을 극복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신도시를 함께 가꾸어나가는 주인의식의 확실한 증거입니다.
신도시에는 계획 당시의 목적을 잃어버린 유휴 공간이 많습니다.
한때 활기 넘치던 농구장은 주차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바뀌었고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테니스장은 철거하고 주민들의 공터이자 아이들의 통학로로 활용되었습니다.
이처럼 주민들은 계획에 없던 필요에 따라 공간의 용도를 스스로 재정의합니다.
이는 공간을 주어진 대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생활의 변화에 맞춰 도시의 풍경을 능동적으로 바꾸어가는 주체적인 경험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과속의 위험을 낳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뛰어노는 단지에서는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단순히 경고 문구에 의존하지 않고 단지 내 제한속도를 20km로 설정하고 감속을 유도하는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자발적인 행동을 취하였습니다.
법적인 제재가 없더라도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모여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신도시가 조성될 당시 쓰레기 분리수거는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플라스틱, 비닐, 재활용품 등 분리수고 방식은 훨씬 까다로워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은 재활용품을 올바르게 분리하는 규칙을 만들어 단지 내 게시하고 올바른 배출 방법을 엘리베이터 게시판 등에 홍보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단지 전체의 분리수거 문화와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는 공공 부문이 정한 규칙을 따르는 것을 넘어서 공동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가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도시는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복잡한 과제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서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들입니다.
앞으로 우리 공동체가 마주할 일은 많습니다.
먼저, 펫티켓 문화를 정착과 층간소음 방지 지침과 조율 위원회를 조성하는 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들,
다음으로, 학부모 공동체를 만들어 교육 정보를 공유하고 품앗이 교육을 시작하는 것과 돌봄 공동체를 만들어 이웃의 안부를 살피는 서로를 돌보는 실천들,
마지막으로 획일적인 상가를 벗어나 문화 장터를 여는 것과 낡은 시설물을 주민들이 직접 보수하는 것, 그리고 우리 동네의 역사를 기록하는 마을 기록단 활동까지 주민의 일상을 문화로 바꾸려는 시도들 등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렵지만 구청이나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부문의 도움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공동체를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들입니다.
그래야 1기 신도시가 부동산이나 상품이 아니라 공간이자 삶으로 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