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에서 스타벅스까지

by 리박 팔사

이것이 도시계획이 원했던 삶이었을까?


제1장. 1990년대 동네 문방구와 분식집


1990년대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상가는 마을의 중심이었다.

매일 아침 학교로 가는 길목에 있던 문방구에서는 새로 들어온 만화책이 진열장에 꽂혀 있었고 카운터 앞에는 100원짜리 사탕과 껌, 작은 캡슐 뽑기 기계가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뛰어가면 주인아저씨는 반가운 인사를 건넸습니다.

분식집에서는 은색 냄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떡볶이 국물이 빛났습니다.

매운 냄새와 어묵 국물 향이 섞여서 퍼졌습니다.

그 시절 상가는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이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의 미용실, 세탁소, 작은 책방, 구멍가게 같은 가게들이 서로 단골들을 나눠 가졌습니다.

주인과 주민들은 서로 얼굴을 다 외웠고 아이들 이름까지 불러줬습니다.

단순한 소비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교류와 같았습니다.

그 시절 문방구와 분식집은 방과 후 놀이터였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웃음과 이야기가 쌓이던 공간이었습니다.


제2장. 2000년대 편의점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가게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섰습니다.

계산대 뒤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었고 이전과 달리 점원과 고객의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가족들의 장 보는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엄마 손을 잡고 아파트 상가 슈퍼에서 장을 봤지만 이제는 차를 타고 주말마다 마트에 갔습니다. 아파트 상가는 점점 조용해졌고 주말 저녁의 활력도 줄었습니다.

다만 우리는 편의점에서 음료와 과자를 사서 놀이터 벤치에 앉아 먹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만 그 대화의 풍경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아파트 상가는 점점 편리해졌지만 그 속의 추억은 조금씩 희미해졌습니다.


제3장. 2010년대 카페와 학원


2010년대의 아파트 상가는 카페와 학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1층 에는 커피머신이 내뿜는 향긋한 냄새가 나는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겼습니다.

영어와 수학 등 학원 앞에 줄지어 선 노란색 버스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카페 안에서 공부하거나 다양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카페 한쪽 구석에 앉아 공부나 책을 읽는 것보다 문방구 앞의 시끌벅적함이 아파트 공간의 이미지와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상가는 이전보다 도시적이었지만 어느 아파트를 가도 비슷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고 비슷한 학원 간판들이 있었습니다.


제4장. 2020년대 스타벅스, 올리브영


최근 다른 지역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였습니다.

역세권 복합개발이 이루어진 곳이었습니다.

주택 바로 옆 상가에 스타벅스, 올리브영, 프랜차이즈 빵집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어릴 적 우리가 알던 작은 문방구, 분식집, 구멍가게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고 무인 문방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등만이 있습니다.


시내까지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화장품을 사고 약을 받고 식사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이 집 앞에서 가능했습니다.

우리 아파트 상가도 언젠가는 이렇게 바뀔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편리함과 세련됨을 누리겠지만 그 속에서 문방구 앞 오락기에서 친구와 즐거운 시간, 함께 먹던 떡볶이, 주인아저씨와의 인사 등을 떠올릴 것입니다.

아파트 상가의 변화는 단순히 가게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5장. 결론: 아파트 상가의 시간 여행


신도시의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변합니다.

오늘날 아파트 상가는 바뀌겠지만 우리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편리함과 추억 사이에서 늘 선택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습니다.


신도시 키즈로 자란 우리는 변화를 피할 수 없음을 압니다.

다만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방과 후 문방구의 노을과 분식집의 김이 서린 창문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계획된 도시 속에서 30년을 살아온 우리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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