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백화점 1층은 마치 동화 속 공간 같았습니다.
반짝이는 핸드백과 지갑이 빼곡히 진열된 공간 앞에서 나는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저 가방 하나쯤 사야지.”
그 공간은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가죽 냄새와 고급 섬유 냄새가 어우러진 그 공기 속을 경험하였습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러 가기 전 그 공간 앞에서 잠시 멈추며 상상했습니다.
그 시절 1층은 단순히 쇼핑 공간이 아니라 멋진 어른이 되면 가는 공간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스무 살 언저리의 나는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몰랐지만 멋져 보이고 싶은 나이임을 분명하였습니다.
그 시절 백화점 1층은 여성용 화장품과 향수 매장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다만 그 틈에서도 남자들도 조금씩 자신만의 취향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향수 매장 앞에서 친구 따라 지나치던 나는 어느 날 문득 그 향수가 마음에 끌렸습니다.
누군가에게 남길 수 있는 첫인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파란색 병을 용기 내어 구매하였습니다.
이후 백화점 1층에는 헤어 왁스, 스킨로션, 남성 전용 코너 등 남자 화장품의 세계관도 확장하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럭셔리 브랜드들이 백화점 1층을 지배하였습니다.
샤넬, 루이뷔통, 디올 같은 고가 브랜드가 그 자리를 든든히 지켰습니다.
시계와 주얼리 매장도 크게 늘어나면서 공간은 더욱 화려해졌습니다.
고급 시계 앞에서 멈춘 사람들, 섬세한 손길로 주얼리를 고르는 모습은 이곳이 단순히 쇼핑 공간 그 이상임을 보여줍니다.
사회적 위상과 품격이 드러나는 어쩌면 계급을 드러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 공간이 주는 긴장감과 위엄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백화점 1층은 시대의 변화를 품은 무겁고도 빛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요새 백화점 1층은 또다시 변신 중입니다.
명품과 주얼리 사이로 선물용 디저트 코너가 자리 잡았습니다.
고급 마카롱, 초콜릿, 수제 빵들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합니다.
또한 체험형 매장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팝업 브랜드, 감성 굿즈, 빈티지 마켓 등 직접 보고 만지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생겼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새로운 디저트를 맛보고 예상치 못한 예술 작품 앞에서 웃음 짓는 일상이 백화점 1층의 매력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공간은 오감으로 즐기는 문화 놀이 공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백화점 1층은 디지털과 현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이 될 것입니다.
AR, VR 기술의 가상 체험과 AI의 맞춤형 추천, 환경과 윤리를 중시하는 브랜드 등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의 경험과 감각이 있습니다.
쇼핑의 시작이자 추억의 앨범, 잠시 머무는 쉼터 등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백화점 1층은 여전히 생생한 공간입니다.
백화점 1층은 시대를 가장 먼저 비추는 입구였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지속할 것입니다.
당신의 백화점 1층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