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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가을, 남겨진 흔적들

11월에 끝자락에서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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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11월의 의미는 가을의 끝자락, 겨울의 초입을 의미한다. 그래서 윤동주 같은 시인은 11월의 하늘에는 계절이 가득 차 있다고도 했다. 거리는 물기가 완전히 빠진 낙엽들로 늦가을, 초겨울의 운치를 그리고, 사람들은 옷자락을 여미었다. 이것이 가을이다. 단풍의 노래는 10월로 끝나고, 저기 남쪽 지방은 어떨지 모르나 이 땅은 안타까운 계절을 달렸다. 그래야 하는데 요즘은 10월 같은 11월이다. 가을 쓸쓸함의 호사를 느끼기도 전에 계절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설사 가을이 소멸한다고 해도 우리 같은 미물들이 뭐 어떻게 할까, 만은 조금 투덜거린다고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이제 우리나라는 온대 지방의 나라가 아니고, 대륙에서 귤이 자라는 아열대 지방이 되었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나겠냐, 만은 지난 세월에 잘 길들여져 있는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가을이 없어지면 윤동주도 없어지고 첫사랑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떠나면 내가 있었다는 흔적도 함께 없어지는 것 같아서 좀 무섭고 그렇다. 이 모든 게 흔적도 모양도 없는 마음이라는 놈의 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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