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 쫄쫄이를 아시려나?
요즘이야 군대도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PX 이용도 자유로워 배고플 일 없다는데
지금부터 40여 년 전 군대는
항상 배고프고 춥고 졸리고 그랬다.
춥고 배고프고 졸리는 1980년 초반 군대.
그 중에서도 우리의 배고픔을 다소 나마 해결해 주던
건빵 쫄쫄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시다시피 매월 병사 당 몇 봉지씩 나오는 건빵은
당시에도 떨어지지 않고 풍부하게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고참 병사는 맛이 없어 안 먹고
졸병은 먹을 틈이 없어 못 먹었다.
졸병은 낮에는 층층시하 눈치 보느라
야간 근무 후에 다른 병사들이 모두 잘 때
기회를 봐서 먹을 수 있었는데
요놈의 건빵이란 녀석,
말 그대로 빵을 건조 시켜놓은 것이다 보니
좀 퍽퍽해야지 말이다.
그러니 그냥은 목이 말라 많이 못 먹고
특별히 조제를 해야 그나마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건빵 요리, “쫄쫄이”다
(제대 후 타 부대 출신 친구들에게 들어보니까
우리 부대만 쫄쫄이라 부르고 다른 부대는 뽀글이라고 하더라).
바싹 마른 건빵을 적당히 조제해서
달고 촉촉하게 재탄생시켜 놓으면
단숨에 한 봉지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만드는 방법은;
비닐봉지에서 알사탕을 까 넣고
2/3쯤 물을 붓고 실로 입구를 봉한다.
그러고 나서 빼치카 구멍에 넣어 놓고
15~20분 후 꺼내 먹는다.
마른 건빵은 거의 두 배로 커져 있고
물기는 건빵이 다 먹어서 촉촉해진다.
게다가 알사탕의 설탕물이 배여 적당히 달다.
한 마디로 엄청 맛있다.
제대하고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려니까 군대처럼 안 된다.
아마 빼치카가 아니라서 리라.
(나중에 돈을 벌면 집에다 빼치카를 들여놓을
꿈을 꾼 적도 있음, 아주 잠깐.)
양은 냄비에 해보니까 눌러 붙기나 하고.
새벽 두 시쯤 보초 근무 마치고
동기 불침번이 만들어 놓은 “쫄쫄이”.
너무 고마워 울면서 먹은 적도 있었다.
오늘은 왜 뜬금없이 “쫄쫄이” 생각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