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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가을 하늘, 과꽃

by 신화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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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더니 창문 밖 하늘이 높아졌다.

푸른 하늘, 듬성듬성 뭉게구름이 정겹다.

여전히 후텁지근한 날씨지만 이미 가을은 성큼, 내 곁에 와 있다.


가을은

언제나 처음 맞는 계절인 냥, 마음을 흔든다.

내게 가을앓이는 '불치병'이다.


가을이라 하면 십여 년 전에 타계하신

어효선 선생의 동시, “과꽃”이 생각난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9월과 가장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다.


전후 베이붐 세대로 태어난 나로선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 세대는 대개 누나가 있었으니까.


현실남매라는 말이 있다.

속정은 있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친 남매 사이를 말한다.


내게도 그런 누님이 한 분이 계시다.

우리 역시 전형적인 현실 남매다.

속정은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그렇지만 언제나,

누나 생각을 할라치면 마음이 애틋해진다.


형제들 중 제일 먼저 태어나

어머니 보조로 어린 날을 보내고 제일 먼저 집을 떠난 누나,


학교에서 청소하고 급식으로 받은 옥수수 빵은

반드시 온전하게 집으로 가져왔고,

소풍 갈 때 가져 갔던 음식의 대부분을 되가져 올 정도로

아래 동생들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그 때는 몰랐다.

누나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누나도 아이였는데, 누나도 배고팠을 텐데.


내가 군대 가던 1983년 봄, 누나가 결혼을 했다.

사람에 대한 상실감을 생애 처음으로 누나를 통해 느꼈다.


어효선 선생의 “과꽃”을 들을 때마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누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진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 간 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과꽃” 1957년, 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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